DTI 대출 적용 확대 등 강력한 규제 강화 정책이 잇따르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오며 집값 상승세를 이끌던 분위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아파트투자분석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총 9만2006가구를 대상으로 시가총액을 살펴본 결과, 9월 이후 현재까지 1445억7250만원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DTI규제가 확대 적용된 지난달 초 당시 83조8601억1700만원에서 현재 83조7155억4450만원으로 0.17% 줄어든 것이다.
지역별로는 송파구와 강동구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는 DTI규제 전 16조3344억원에서 최근 16조1199억3500만원으로 2144억6500만원이 사라지면서 1.31% 감소세를 보였다. 이어 한달 전 13조92억2250만원이던 강동구 시가총액 역시 1606억1000만원(-1.23%) 줄어들며 현재 12조8486억1250만원이다.
다만, 강남권에서는 서초구가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했다. 9월 초 23조6252억9500만원이던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현재 23조8406억1000만원으로 2153억1500만원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DTI 규제 강화 조치가 있기 전 동기간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인 양상이다. 실제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DTI 규제가 있기 한달 전 7월말에는 81조3503억원이었으나 DTI 규제 직전 9월초 83조8601억1700만원으로 한달 사이에만 3.09%의 증가율을 보이며 무려 2조5098억1700만원이 늘어난 바 있다.
당시 강동구는 12조4467억8500만원에서 13조92억2250만원으로 4.52%인 5624억3750억원이 훌쩍 늘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같은 증가율을 기록한 서초구는 1조208억1500만원 증가해 금액만으로는 최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의 DTI 규제 확대 시행을 기점으로 재건축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것은 우선 정부 규제 영향으로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재건축아파트는 올 상반기 용적률 상향 조정과 임대주택의무비율 폐지 등 각종 관련 규제 완화로 기대심리가 커졌던 대표적인 수혜주였지만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투자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이 급등해 사실상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DTI 규제와 자금출처조사 강화 방침은 이미 규제 대상이었던 강남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출 규제를 새로 적용받게 된 강동구는 물론이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그간 오름폭이 컸던 만큼 자금 압박에 따른 매수세 위축 영향으로 호가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투자 목적의 수요 이외에 기존 집을 팔고 매입을 하려던 수요자들은 DTI 규제 확대로 기존 집의 매도가 어려워지자 매입을 보류하게 됐고, 전반적인 거래 감소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재건축 사업 추진 가시화라는 호재에도 가격 움직임이 둔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층 재건축 단지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결정이 내려졌지만 가격 오름세는 예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DTI 확대와 자금출처조사 영향으로 매수세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자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만큼 매수자들이 향후 추이를 좀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반기 내내 고공비행을 펼치던 재건축 시장도 당분간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고점을 90% 이상 회복할 정도로 가격이 급등해있는 만큼 매수자들이 보수적인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 초 규제완화 일변도에서 최근 제2금융권까지 대출규제를 확대하는 등 규제 강화 기조로 돌아선 정부 정책의 움직임도 향후 집값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호가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는 만큼 거래 위축 속에 소폭의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업게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