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소기업 대출 전문 은행인 CIT그룹이 지난 1일 뉴욕의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다.
CIT그룹은 자산 710억달러, 부채 649억달러로 파산 규모로는 리먼 브러더스 홀딩스와 워싱턴 뮤추얼, 월드컴, 제너럴모터스에 이어 미국 역사상 5번째다.
지난해 23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CIT그룹은, 추가지원을 받는 데 실패하면서 파산이 예견돼 왔다.
CIT그룹은 미국의 100만여개 중소기업에 어음을 할인해주고 자금을 먼저 융통해주는 팩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금줄 역할을 해준 곳이어서 회복세의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CIT는 20위권 규모의 은행이지만 약 30만 개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하는 2,000여 개 중소 기업에 대출을 해 주는 등 서민 경제의 숨통 역할을 해와 파산의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돈 줄이 막히고 상업용 부동산 부실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는 중소기업들과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
9월 들어 소비지출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실업률 10% 진입을 앞둔 상태에서 CIT 파산까지 겹치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위기관리 전문업체 전문가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CIT는 업계에서 600파운드 무게의 고릴라와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스파이어 캐피털의 사모펀드 담당자인 릭 패터슨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CIT가 파산했다고 해서 미국 경제가 궤도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소 제조업체나 소매업체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IT 파산의 또 다른 피해자는 바로 재무부. 재무부로 지난해 말 우선주 지분 확보 형태로 CIT에 제공한 23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을 허공에 날릴 위기에 처했다.
재무부는 이날 투입한 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밝혀 구제금융 중 첫 손실 사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CIT는 파산보호 기간에도 대출 영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최대 채권자인 칼 아이칸이 파산보호 과정에서 10억달러 지원을 약속하며 경영진과 채권자가 구조조정 안과 함께 파산을 신청하는 사전조정 파산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