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82)가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탄자정 미사를 집전하려고 복도를 걸어가던 도중, 난입한 여성 때문에 넘어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AP통신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붉은 후드 스웨터 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목제 차단물을 뛰어넘어 복도로 뛰어들었고, 교황의 조끼를 잡고 넘어지면서 교황도 여성 위로 넘어졌다.
이 소동으로 미사 집전이 일시 중단됐고, 미사 참석자들은 뜻밖의 사건으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이어 경호요원들이 몰려들어 소동을 수습했다.
교황청 대변인 치로 베네데티니 신부는 "교황은 곧바로 일어나서 복도를 마저 걸어간 뒤 예정대로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했다"며 "상처는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곧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아 대성당 제단으로 걸어갔고, 미사도중 의자에 앉아 있을 때에도 팔걸이에 기댄 채 피로감을 드러냈다.
소동 와중에 교황과 함께 넘어진 로제르 에셰가라이(87) 추기경은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는 "교황에게 달려든 여성이 매우 불안정해 보였다"면서 "이 여성은 1년 전 성탄 자정 미사에서도 교황에 접근하려 했지만 경호선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티칸 경찰은 이 여성을 체포해 난입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ANSA 통신에 따르면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교황을 껴안고 싶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교황에 대한 경호가 허술한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천주교회를 이끄는 빈센트 니콜스 웨스트민스터 대주교는 BBC와 인터뷰에서 "성 베드로 성당 안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놀랍다"며 "그곳의 보완은 최근 몇 년간 강화됐다"고 말했다.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가려면 금속 탐지기와 불시 점검 등을 거쳐야 하며 성당 내 보안은 바티칸 경찰과 스위스 근위대가 맡고 있다.
한편, 2005년 즉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2007년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도 알현 행사를 진행하던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독일 청년이 교황이 타고 있던 오픈카로 난입하려다 제지당한 사건을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