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위험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미세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가격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이 되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관련 빚이 늘어도 문제고 줄어도 문제다"라며 "변화에 민감해야지 레벨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변화의 폭이 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경제는 항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미세조절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현상이 정책 때문에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날 경우 혼란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즉 국내 민간경제 자생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거시적인 정책을 쓴다면 전반적인 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날 김 총재는 부동산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떨어지지만 전세값과 지방대도시는 값이 오르고 있다"라며 "지방 중소도시는 미분양이 쌓여있지만 다소 줄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일본 버블폭락기 이전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을 의식한 듯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는 줄었지만, 일본처럼 폭락한다는 것은 이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무라증권은 일본과 비슷한 사례를 3개 들었지만 일본과 다른 것은 5가지다. 그것 가지고 일본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총재는 선행지수는 꺾였지만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한마디로 얘기하면 좋겠지만, 경제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경제는 옳고 그름이 없고 선택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경제성장률 수정전망치를 발표할 때에도 조사국장에게 5.2%를 강조하기보다 수출위주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특히 개방사회에서 우리 자신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국제공조가 중요하다"라며 "한은은 큰 틀에서 정부다. 삼성전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한은이 광의의 정부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행정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국제와 정부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한편, 김 총재는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여한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10곳의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고 싶었는데, 짧은 시간에 10곳 모두 약속이 잡혔다"라고 전했다.
그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등을 만난다. 또 국제기구에서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과 양자 면담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