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국제적인 흐름을 볼 때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는 이르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오는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논의될 문제라며 국내 금리인상도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미 재무부 청사에서 열린 농업·식량안보기금 출범식을 마친 뒤 "민간 부문보다는 재정적인 지원에 경제회복을 많이 의존하는 게 전 세계적인 기류"라며 "아직은 본격적인 출구 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도 그동안 많은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고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이 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고용이 어렵고 민간의 자생적인 회복력이 아직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외적인 면에서도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우려도 있고 국제금융시장에 아직 불안의 요소도 잠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경제위기를 맞아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비상조치의 정상화 작업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재정, 금융, 일부 통화정책에서 정상적으로 돌리는 노력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윤 장관의 발언은 기준금리 인상 등 경제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아직 이르지만, 작은 분야에서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윤 장관은 출구전략 시행이 11월까지는 미뤄질 것으로 봤다. 그는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아마 이러한 문제들을 포함해 금융계의 문제, 국제 금융질서의 새로운 창출문제 등이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출구전략 신호탄이 기준 금리 인상을 말한다고 볼 때 한국은행도 윤 장관과 비슷한 입장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간담회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보고 등에서 '미시적인 정책'으로 출구전략에 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총재는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늦어도 문제지만, 빨라도 문제인 만큼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라면서도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인상과 같은 거시적인 접근이 아니라 미시적인 접근을 쓰는 게 맞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부동산 가격과 관련해서도 "부동산 가격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이 되서는 곤란하다"라며 "미세조절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수비르 랄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과장은 한국이 가까운 시일 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도 경기 회복세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그는 또한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여 조만간 경제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랄 과장은 이날 “한국 경제의 괄목할만한 회복세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큰 역할을 했다”며 “현재 회복이 잘 진행 중이고, 이제는 확장적
인 거시 정책의 철수 시기와 속도에 대해 고려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성장세가 강하고 전반적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여지가 있
다”고 평가했다. 랄 과장은 “이 같은 조치를 하더라도 통화 정책은 여전히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