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30일자로 취임 한달째가 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논의가 뜨겁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글로벌 악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출구전략을 시행할 듯한 미묘한 발언도 하고 있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硏 “기준금리 비정상적으로 낮아”
금융연구원 김태준 원장은 29일 ‘2009 금융백서’ 설명회에서 기준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한국은행이 비정상적인 기준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상시점을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금융백서를 통해서도 낮은 기준금리로 기업 구조조정이 늦춰지는 등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의 시점이 과거 상황과 비교하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며 “출구전략 결정에는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 불안 등 성장률 이외 다른 요인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8%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라 ‘경제 불확실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각각 6.2%, 29.8% 늘어나고 있어 민간 부문의 회복세도 뚜렷해 더 이상 출구전략을 늦춰선 안된다는 것이다.
◆ 미묘한 정부 입장 ‘경기회복 확신없어’
정부의 입장은 한층 미묘하다. 출구전략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당겨질 수 있는 해석을 낳을만한 발언도 했던 것.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꾸준히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00%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9일 첫 금융통화위원회 주재 직후 기자회견에서 “민간 자생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여기에다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21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신흥경제 물가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 2008년 유가가 많이 올랐던 수준까지 대비하라는 게 일반적인 얘기”라며 국제 유가의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비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 당국의 모호한 입장은 세계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있지만,물가나 부동산 등 내부 문제, 그리스 사태등 글로벌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현재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해서 출구전략이 다시 논쟁거리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지표만 놓고 보면 금리인상 시점이지만 물가나 부동산을 보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 두달 정도 상황을 더 지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