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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코픽스 상품’ 무조건 좋을까?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 비용지수)의 인기가 높아지며 은행권에서 이를 적용한 대출상품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픽스가 도입되면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가 되기 쉬운 구조이므로 은행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계에서는 오히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있으며 코픽스 금리를 도입한 후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코픽스 적용 상품 '자동차 할부에서 전세까지'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코픽스를 적용한 개인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최근 코픽스를 적용한 자동차 관련 대출상품인 '우리V오토론'을 출시했다. 코픽스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사용됐지만, 이 금리를 적용한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자동차 대출도 적용한 것이다.

코픽스는 CD(양도성예금증서) 유통수익률, 일명 CD금리에 비해 변동성이 낮아 금리 변동주기가 상대적으로 길다. 때문에 시장금리 급격한 변화로 인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코픽스는 은행의 여러 자금조달수단에 적용되는 금리를 이용해 산출되기 때문에 CD금리에 비해 은행의 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4일 코픽스를 적용한 신용대출 상품인 패밀리론과 뱅커론, 프로패셔널론, 닥터론을 출시한 바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코픽스를 적용한 신용대출 상품은 지금까지 8845건에 총 2979억원이 판매됐다.

코픽스가 적용된 주택관련 대출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앞으로 전세자금대출에도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9일부터 코픽스를 적용한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기준금리 도입으로 기존 CD연동 대출금리의 문제점을 보완하게 됐다"라며 "변동금리가 빠르게 적용되던 것에 비해 금리 변동성이 다소 적어 금리 변동기에 안정적이다"라고 전했다.

◆ 코픽스 금리 '무조건 좋을까?'

29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예대율 규제로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예금을 판매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은행들이 코픽스 금리를 이용해 비용을 고객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 자금조달 행태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선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 안정분석팀 차장은 "고금리 특판을 하며 늘어난 비용 때문에 은행들은 CD연동 대출금리를 통해서 많은 수익을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기존 CD는 전체 자금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인 데다가 예금금리 상승분을 전가하기 위해서는 가산금리를 일부러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코픽스는 CD, 정기적금 등 자금조달 부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예금금리가 올라도 이를 대출금리에 적용할 수 있다.

김 차장은 "예를 들면 CD금리가 2%에 가산금리가 3%라면 대출금리가 5%"라며 "코픽스 금리가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 상승으로 3%로 오를 경우 가산금리를 3%로 그대로 적용하면 대출금리가 6%로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산금리 상승에 대한 고객들의 저항없이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코픽스 도입 이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CD기준 금리에 비해 가산금리를 낮추고 있는 모습"이라 반박했다.

그는 "코픽스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제대로 반영해 합리적으로 금리를 정하고, 금리 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관계자는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낮추고 있는데다가, 실제로 코픽스 도입 이후 CD기준 금리에 비해 대출금리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코픽스금리가 도입된 2월에는 예금은행 가중평균 대출금리가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연 5.84%로 1월의 연 5.94%보다 하락했다. 3월에는 연 5.69%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