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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줄게, 자원 다오~”…남아공과 '원전(原電)' 손잡나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남아공 정부를 상대로 펼친 '원전 세일즈'가 잠잠한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경부는 이미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을 수주한 뒤 터키, 이라크 등과 물밑협상을 벌이며 원전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현지 국회의원으로부터 한국형 원전 건설 의향을 담은 아로요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미국 주지사와는 원전 건설 협력을 다룬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후 한전(KEPCO)이 이달 중순 요르단 수주전에서 일본과 프랑스에 밀린 뒤, 한국형 원전 수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팽배해진 시점에서 사실상 공식적인 첫 행보로 남아공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원전건설 업계는 물론 증권가에서도 원전 수혜종목이 다시 주목받으며 시장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남아공에 원전을 건설할 경우 '자원 패키지 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실제로 남아공은 전력부족을 겪고 있어 철광석과 석탄 등 광물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남아공 정부는 7.5GW규모(약 6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오는 9월말 원자력 발전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 하반기에 경쟁방식으로 원전입찰을 실시해 2012년부터 건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남아공 정부는 최근 5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다 월드컵 개최로 재정적인 부담을 갖고 있어 공급자 재원조달 방식으로 발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남아공 국영전력공사인 ESKOM은 2007년 초 원전 건설을 추진했지만 다음해 재정난으로 중단했다.

결국 우리나라 입장에선 최근 자원외교를 강화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원전을 건설해주는 대신, 철광석과 석탄, 우라늄 등의 자원을 확보하는 '패키지 딜'을 제안하는 것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특히 우라늄의 경우 확인 매장량만 23만t에 달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이처럼 남아공은 공급자 재원조달 방식의 사업으로도 철광석과 석탄 등의 광물수입과 연계해 투자 자금 회수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경환 장관은 지난 17일 엘리자베스 디푸오 피터스 남아공 에너지부 장관에게 "남아공과 한국이 협력한다면 전력산업 육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국간 원전 인력교류와 교육훈련에 대해 구두로 합의했다.

이보다 앞서 2008년 8월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남아공원자력연구개발공사와 원자력 기술 관련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은바 있다.

정부도 남아공과의 원전 협력방식에 대해 섣불리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자원 패키지 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체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원전을 건설해주면서 일종의 대가로 자원을 받는 것도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발주가 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또 "요르단과는 입찰조건이 맞지 않아 향후 수주를 다시 논의한다하더라도 우리 측이 제안한 조건이 아니면 협력이 힘들 것이다. 정부에선 사실상 손을 털었다"며 "그러나 남아공과는 원래부터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며 사실상 남아공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요르단은 인광과 약 18만 톤의 우라늄을 제외하면 보유 자원이 한정돼 공급자 재원조달 방식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투자자금 회수기간이 자원보유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남아공에서는 철광석과 석탄 등 풍부한 자원과의 패키지 딜 형식으로 수익성 있는 원전 건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