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시가총액 4천억원이 넘는 코스닥 26위 기업인 네오세미테크가 결국 상장폐지됐다. 그동안 회사의 회생에 기대를 걸었던 소액주주들은 책임소재를 두고 본격적인 법정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의 소액주주는 2009년 12월 말 기준으로 7천287명, 전체 주주수의 99.89%로, 이번 상장폐지로 인한 1인당 최대 피해액은 2천22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오세미테크 소액주주연대'는 지난주 금요일에 이어 이날도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6개월간의 추가 개선기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책임 미루기 급급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의 책임이 한국거래소, 회계법인, 언론사, 증권사 등에게도 있다고 보고 소송 제기와 손해배상 청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낮은 우회상장 기준으로 상장을 허가한 한국거래소, 우회상장을 주선하거나 감사의견 '적정'을 냈던 회계법인, 유망 기업으로 회사를 소개한 언론사, 투자를 권유한 증권사 등이 소액투자자들에게 무고한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주주연대 정원기 대표는 "하자있는 물건 상장해 놓고 책임지지 않는다"며 "상장폐지는 그동안 투자자 보호를 말해온 한국거래소가 투자자에게만 손실을 떠넘기는 조치"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투자자들은 각종 정부 기관이 밀었던 기업이고 금감원과 거래소에서도 그동안 문제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와서 투자자들을 죽이는 상장폐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책임을 투자자에게만 떠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금감원은 규정대로 봤다며 회계법인의 의견거절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하고, 거래소는 규정 상 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조건이라고 하고, 회계법인은 감사 기준으로 의견거절이니 거래소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었다"며 "다들 책임회피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분식회계에 정부기관,증권사 투자자 모두 속아
주주연대는 회사의 상장폐지의 결정적인 원인은 오명환 전 대표이사가 분식회계와 배임 및 횡령을 하면서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고 이를 아무도 검증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주주연대에 따르면 오 전 대표는 2003년부터 7년간 분식회계와 거짓 수주공시를 해왔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인천 남동공단 내 네오세미테크 공장을 방문해 "선진 일류 기술을 가지면 중소기업도 세계적인 대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롤모델 같은 회사"라며 치켜세웠고, 당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이창구 인천발전연구원장(당시 인천시 행정부시장)도 동행했다고 주주연대는 밝혔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당시 산업은행장)도 지난해 2월 4일 공장을 방문해 오명환 전 대표에게 1호 'KDB 글로벌 스타' 인증패를 전달했다.
'KDB 글로벌 스타' 인증패는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 산업은행이 수여하는 상이다. 이외에도 김동수 한국수출입은행장, 한나라당 소속 서상기·이윤성·조전혁·윤상현·배은희 의원도 네오세미테크를 직접 방문했다고 주주연대는 밝혔다.
주주연대는 회사의 문제점을 들춰내지 못한 인덕회계법인, 우리회계법인, 신정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회계법인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그리고 회사를 유망 기업으로 소개한 KBS, 중앙일보, 전자신문 등 언론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지난 5개월간 상장유지를 위해 금감원, 거래소, 산업은행, 회계법인 등 안 가본 곳이 없는데 상장폐지 소식에 억장이 무너진다"며 "소액주주들의 힘을 모아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