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희진씨(31)는 3년 전 가을 팔꿈치와 무릎부위에 붉은 반점이 생기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점차 커지고, 심지어 은백색의 하얀 각질이 쌓여 피부가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흉하게 변했다. 피부과를 찾아 진찰을 받아보니 건선이라는 진단을 받고 몇 년간 치료를 받아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손가락 끝의 마지막 관절이 뻣뻣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부위가 뻣뻣하고 통증이 느껴졌다. 류마티스 관절염인가 싶어 류마티스 내과를 찾았다가 건선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건선 환자 중 약 10% 건선성 관절염 생겨
건선성 관절염은 건선이라는 피부 질환과 연관된 만성 관절염을 말한다. 건선이란 피부에 생기는 재발성 피부병으로 붉은 반점과 두꺼운 하얀 각질이 주된 증상이다. 피부과전문의 신학철 원장은 “건선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생화학적 요인, 면역학적 요인 등 여러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외상이나 감염, 기후, 과도한 피부자극 등 환경적인 외부 요인과 피로, 스트레스, 정서 불안 등 내분비 인자 등 내부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선을 보이는 환자 중에 관절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중적으로 고통을 받게 되기도 하는데, 배영덕 류마내과네트워크 원장의 말에 따르면 “건선환자 가운데 10%내외는 관절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건선이 있는 환자 중에 몇 가지 특이한 관절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건선성 관절염을 강력히 의심해 볼 수 있는데, 대개 건선으로 인한 피부증상이 발생한지 1~10년 후에 관절증상이 나타나며 주로 30대에서 50대까지 발병, 남녀의 비율은 거의 같다”고 말했다.
◆ 류마티스관절염, 퇴행성관절염과 비슷한 증상으로 오인하기도
건선성 관절염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가락 끝의 관절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의 뻣뻣함을 느끼는 조조강직 증상 등 류마티스 관절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오인되기 쉽다. 또한 손가락 끝에 주로 많이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인하여 오랫동안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건선성 관절염은 손가락뿐만 아니라 허리관절이나 허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관절을 침범하기도 하며, 손톱이 움푹 들어가는 증상과 같은 손톱침범 및 뒷꿈치나 손가락에서 뼈와 힘줄이 붙은 부위에 염증이 자주 동반된다.
◆ 여러 진단 및 검사필요
평소 건선이 있는 환자에서 관절이 붓고 아픈 증상이 발생할 경우 건선성 관절염을 의심해보고 진단을 할 필요가 있다. 진단방법으로는 골반 방사선 검사(엑스레이)와 피검사, 뼈 스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등이 진단에 사용된다. 또한 건선 관절염에 특이한 혈액검사는 없지만, HLA 유전자타입이 양성인 경우가 많고, HLA B27이 예후와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
건선성 관절염은 평생 지속되는 만성질환이다. 일부는 증상이 심해질 때만 약을 사용하면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 될 수 있지만, 건선성 관절염환자의 25%이상은 심각한 장애 및 관절의 손상을 유발하기도 하므로 전문의의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적절한 치료가 된다면 대부분의 건선성 관절염 환자들은 통증 조절 및 관절 손상도 제한될 수 있다.
배영덕 류마내과네트워크원장은 “건선성 관절염의 경우 병이 오래될수록 깊어지고 범위가 넓어지므로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 오메가 3가 풍부한 참치, 청어, 고등어 등 등 푸른 생선을 자주 먹는 것도 염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차치료는 정확한 진단과 약물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며 “특히 생물학적 재제가 나오고 나서는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