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여파로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당국의 구제금융을 받아 회생했던 프랑스와 벨기에 합자은행인 덱시아가 그리스발 유로존 국채위기로 인해 또 다시 파산 위기에 처했다.
덱시아 은행은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많아 자체 신용이 낮아진 탓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단기 유동성이 고갈돼 다시 한 번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특히 덱시아 은행의 파산은 그리스 국채 문제로 인한 유로존 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프랑스와 벨기에 정부 및 중앙은행이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투자자와 예금주들이 공황에 빠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덱시아 사태를 그리스발 국채위기가 유럽 은행들의 위기로 가시화되는 시작이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다른 유럽 은행들에게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시 파산 위기에 몰린 덱시아는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 당시 자금 부족으로 도산할 처지에 몰렸지만, 프랑스 등 3개국이 64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긴급 투입해 회생시켰다. 이후 덱시아는 단기 차입 규모를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본 건전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만큼 진척되지 않았다.
이렇게 2008년 당시의 타격으로부터 완전히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가 발생해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일간지 스탄다르트 등 벨기에 언론은 전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 지급불능 위험에 총 48억유로나 노출된 덱시아로선 960억유로의 필요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바젤Ⅲ 협약에 따라 은행의 자산 관련 규제가 더 강화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덱시아가 파산하거나 또다시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나돌면서 주가가 추락하기 시작했고,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덱시아는 파산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와 벨기에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예금주와 채권자들을 보호하고 덱시아의 파산을 막기 위해 양국 정부는 덱시아의 자금 조달에 보증을 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덱시아도 이날 긴급이사회를 연 뒤 회생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와 벨기에 양국 정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있는 덱시아의 공공 파이낸싱 부문 등 부실 자산을 분리해서 정부가 보증하는 `배드 뱅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터키 내 사업장인 데니즈방크, 덱시아 자산관리(DAM), 캐나다와의 합작기업 등 건전한 사업부문은 분리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프랑스와 벨기에 정부는 배드 뱅크에 대한 보증은 서되 자본금을 추가 투입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면서 "현재로서 관건은 덱시아가 알짜 사업 매각을 통해 자금을 얼마나 자체 조달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선 유로존 국채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덱시아를 시발로 다른 유럽 은행들도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