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또 지키지 못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지금의 방안으로는 국가부도가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계속되는 그리스의 감축 목표 달성 실패는 그리스의 재정 긴축과 유로존의 구제금융 지원을 통해 그리스 채무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우로존의 방안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일단 그리스는 예상된 날짜보다 지연되기는 하겠지만 유로존·IMF가 제공하는 1차 구제금융 중 6차분을 받게 돼 임박한 부도 위기는 넘기게 됐다.
◇ 목표 달성 또 실패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에 사실상 또 실패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재정적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리스는 작년 5월 유로존·IMF 등으로부터 1천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재정적자를 2010년 8.1%, 2011년 7.6% 등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넉 달 후 2009년 실적치가 13.4%에서 15.5%로 수정되자 2010년 목표를 9.4%로 바꿨다. 하지만 이마저 지키지 못해 작년 재정적자는 10.5%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재정적자 확대로 인해 그리스는 이번에 지원받을 예정인 1차 구제금융 6차분의 지원이 무기한 연기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이로 인해 그리스의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것은 물론,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유럽 은행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줘 환율이 폭등하고 주식이 폭락했다.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 그리스는 1차 구제금융 잔여분의 지원을 받기 위해 추가적인 긴축 방안을 제시하며 재정 적자를 대폭 줄이기로 했고,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 실사단에 의해 긴축 프로그램에 대한 점검을 받고 통과가 되면 다시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확정한 2012년 예산안에서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7.6%에서 8.5%(187억유로)로 다시 변경했다. 말을 또 한 번 바꾼 것이다.
이번 변경으로 인해 지난 6월 유로존 및 IMF 등과 2차 지원을 협상하면서 지원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중기재정계획'에서 약속한 수치(GDP 대비 7.6%. 171억유로)보다 근 1%포인트 올라갔다. 연말을 3개월 앞두고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 실패 이유로 예상보다 확대된 경기침체를 들었다. 4개월 전에 -3.8%로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금은 -5.5%로 전망된다고 했다.
올해 목표 달성 실패는 내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예산안은 내년 재정적자를 GDP 대비 6.8%(147억유로)로 잡았다. 이 역시 '중기재정계획'에 담긴 목표인 GDP 대비 6.5%(149억유로)보다 0.3%가 인상된 것이다.
다만 내년도 재정적자 금액은 애초 목표와 비슷하다. 경제 규모 위축으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리라 기대했던 내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2.5%)을 계속할 것으로 수정 전망됐기 때문이다.
◇ 2차 지원안도 변경될까?
그리스가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 7월21일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한 2차 지원 패키지의 한 축인 그리스 긴축 계획의 변경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로존 정상들은 '중기재정계획'에 담긴 그리스의 자구노력을 조건으로 해서 유럽연합·IMF 등이 1천9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추가 제공하고 민간채권단도 보유 그리스 국채를 21% 상각해 400억유로를 기여하는 2차 지원안 패키지를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올해 재정적자 목표 달성 실패가 2차 지원안 변경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유로존은 일단 트로이카가 내주 초께 제출할 점검보고서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민간채권단의 상각비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2차 지원안은 2012년 이후 그리스 정부의 자금 수요를 추정, 이를 토대로 짜였다. 올해 연말 재정적자 규모가 목표를 웃돌지만 내년 적자폭은 애초 계획에 근접해 있는 만큼 2차 지원안을 고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공식 제안 직전 단계에 이른 민간채권단 국채 교환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것도 부담이다.
◇ 6차분 집행은 가능
일단 그리스 정부는 이번에 내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이른바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IMF)가 변경된 예산안에 대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것으로 인해 구제금융 지원에 차질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트로이카 팀은 지난달 26일 그리스를 다시 방문, 내년 예산안에 담길 추가 긴축조치들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등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트로이카 팀이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를 확대한 그리스의 내년 예산안에 동의함에 따라 내주 초 나올 전망인 트로이카 팀의 점검보고서는 일단 6차분 지원에 긍정적인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2일 밤 열린 각의에서 트로이카 팀의 점검보고서를 검토할 유로존 특별 재무장관회의가 오는 13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