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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달구는 한미 FTA 3대 쟁점 정부해명

[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 한지 벌써 2주가 지났지만 핵심 조항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논쟁은 법조계로까지 확산해 국민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괴담도 잦아들 줄 모른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3가지 FTA 핵심조항 문제점은 3가지다.

첫째,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이 제도는 투자유치국의 조치가 협정상 의무에 어긋나 투자자에게 부당하게 손해가 발생하게 되면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 제도를 대표적인 한미 FTA의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진보시민단체와 야당이 이 제도를 문제 삼는 근거는 ▲공공정책의 침해 ▲ 분쟁해결 절차의 편파판정 ▲사법주권 훼손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미국 영리병원 기업인 센추리온(Centurion)의 캐나다정부 제소, 멕시코 메탈클래드 사건 등이 ISD에 의한 국가 공공정책의 침해 사례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줄곧 반박해 왔다.

그동안 발생한 ISD 390건은 대부분 투자유치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조치에 기인한 만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부의 논리다.

대표적인 예로 든것이 메탈클래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멕시코 정부가 미국 투자자에게 쓰레기매립장 영업을 보장해 놓고 나중에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투자가치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한미 FTA 협정문상 ISD 제기 요건이 정부행위의 경제적 영향, 합리적 기대이익 침해 여부, 정부행위의 성격이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므로 미국 기업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쉽게 중재를 요청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공정책이 협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거나 예외로 설정돼 있고 현재·미래 유보 대상에 포함돼 비상식적인 정책이 아닌 이상 안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은 분쟁해결 절차 문제는 ISD의 주요 중재가 미국의 입김이 센 세계은행(WB)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이뤄져 공정한 중재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ICSID에서 중재재판부 구성은 분쟁당사자가 한 명씩, 양측 합의로 나머지 1명을 지명한다. 합의가 안 될 경우 사무총장에게 임명권을 주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는 게 야권의 우려다.

이런 지적에 외교부는 물론, 학계 일각에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ICSID 중재인 명부에 올라 있는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당사국이 중재인에 대한 기피, 제척이 가능하고 중재심리와 판정이 공개돼 법관의 양심을 어겨 특정국가의 편을 들어준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한 외교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제기된 ISD 사례 13건 가운데 중재인이 임명된 4건에서 미국이 2건 승소, 2건 패소했다며 공정성 시비를 일축했다.

그럼에도, ISD의 사법주권 침해 가능성 주장은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최근 인터넷 게시판 글을 계기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법원의 판결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ISD 대상에 들어가 사법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둘째, 의료서비스

한미 FTA를 계기로 의료서비스가 붕괴할 것이라는 소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병원 민영화, 건강보험료ㆍ의료비 상승, 의약품 시판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에 따른 약값 상승 등이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문제점이 쌓이면 국내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는 우려 섞인 주장도 한다.

민영화 문제는 '영리병원제도가 협정의 적용대상이어서 병원 설립 후 부작용이 나타나도 영리병원제도 폐지 등 정부정책이 벽에 부딪힌다'는 얘기로 요약된다. 영리병원의 확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행 건강보험의 위기로 이어져 의료비가 올라 맹장수술비가 미국처럼 9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외교부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한미 FTA 협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도 한미 FTA 반대여론을 결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장된 소문"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영리법원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로 한정됐고 해당 병원은 의료법, 약사법 등 국내법을 어기면 허가 취소나 폐쇄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의약품 시판허가·특허 연계제도는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을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시판승인을 요청하면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는 제도다. FTA 반대론자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값싼 복제약 생산이 어려워지고 약값이 오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설명은 정반대다.

이 제도가 특허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것일 뿐 현행 약가 결정제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며 시판허가·특허 연계제도는 국내 복제약 제조업체들이 사후 특허소송에 휘말릴 위험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허신약 개발회사가 복제약 제조업체의 통보를 받고서 소송을 제기하면 이 기간에 시판허가를 할 수 없고 소송이 없으면 시판허가가 가능한 지금의 체제와 같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복지부는 "최근 개정된 약가산정방식을 유지해 국민의 약값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셋째, 지식재산권

지식재산권은 한미 FTA 반대파들의 주장 가운데 누리꾼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얻은 분야다.

FTA가 발효되면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돼 일상적인 인터넷 활동에 많은 지장을 받게 된다는 게 해당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허가없는 저작물을 몰래 퍼가는 사이트는 폐쇄되고 처벌이 강화돼 일반 시민도 고발당할 수 있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두고 더욱 말들이 많다.

개정법안은 인터넷 사용 중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일시적 저장'을 복제의 범위에 포함하고 영화상영관에서의 도둑촬영을 금지한다. FTA 협정문 부속서한에 '양국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나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 저작물 이용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일시적 저장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컴퓨터에서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내에서 예외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램(RAM)에 저장되는 형태를 일시적 복제 저장이라고 표현하나 외국에서도 이를 처벌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영화관에서 몰래 촬영 역시 복제나 전송의 목적이 없거나 캠코더 등 녹화 장치를 단지 소지한 것만으로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발 없이 처벌할 수 있는 비친고죄로 처벌이 강화됐다는 주장에는 기존 저작권법에 들어 있고 비친고죄의 범위에 '상습적인 침해행위'를 넣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인터넷 사이트 폐쇄 조항은 협정상 법적인 의무가 아니라고 문광부는 밝혔다. 불법복제물이 주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온라인 서비스제공자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불법 저작물이 퍼지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최석영 외교부 교섭대표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조항을 우리나라에 불리하게만 해석한 탓에 악소문이 나돈다." 며 "우리는 세계 4위의 특허대국이고 '한류'로 대표되는 콘텐츠 강국이어서 이를 통해 우리의 콘텐츠 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