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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외채권 266억달러 올해 만기… 유럽 신용등급 강등에 자금조달 비상

[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한국의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의 해외채권 약 266억 달러가 올해 만기여서 만기상환과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역대 최대규모인 300억달러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로존 9개국에 이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연초부터 대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규모인 22억5천만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미국 씨티그룹보다 나은 조건에 발행하고 한국가스공사가 처음으로 30년만기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등 대외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만기상환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이 많아 대외여건이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해외자금 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일 국제금융센터와 주요 금융기관 등에 따르면, 2012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계 해외채권은 월평균 22억달러 규모로 모두 266억달러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수요까지 감안하면, 이들은 최소 300억달러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만기물량은 상반기에 1월 20억달러, 2월 27억달러, 3월 11억달러, 4월 27억달러, 5월 20억달러, 6월 35억달러 등 전체 상환물량의 52.6%에 해당하는 140억달러가 몰려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기간은 유럽 재정위기의 핵심국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상환 만기가 집중되는 2∼4월과 겹쳐 우리나라의 해외채권 발행이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특정 지역이나 기간에 한꺼번에 해외채권을 발행하면 조달금리 등 발행조건이 크게 불리해질 수 있어 세밀한 전략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에는 7월 13억달러, 8월 8억달러, 9월 13억달러, 10월 55억달러, 11월 30억달러, 12월 8억달러로 돼 있어 10월에 만기가 대거 집중된다.

국제금융센터 금융시장실 채권팀 김윤경 부장은 "유로존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사태와 그리스 정부와 민간투자자들의 협상 결렬 등으로 유로존 위기가 확대되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신용경색까지 나타날 수 있다"며 "경기둔화와 각국의 선거일정에 따른 돌발변수 발생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세밀한 해외자금 조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이진균 외화조달기획팀장은 "올해 우리나라 해외채권 발행물량을 300억달러로 잡으면 발행이 거의 되지 않는 6월과 12월을 제외할 경우, 매월 30억달러나 된다. 1개월만 발행이 제대로 안돼도 60억달러가 몰린다"며 "전반적으로도 작년보다 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신속하게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