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성훈 기자] 동반성장지수 '우수' 등급을 받은 삼성전자가 하도급 업체에 위탁한 주문을 부당하게 취소하거나 물품 수령을 늦춘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처벌을 받는 망신을 당했다.
삼성전자는 납품일이 지난 후 주문을 취소해 재고 부담을 납품업체에 고스란히 떠 넘기고 물품을 늑장 수령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자행해 부당 발주 취소 행위만으로 과징금을 낸 첫 사례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돈 주고 등급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았던 동반성장지수의 신뢰성에도 다시 한 번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위탁을 갑자기 취소하거나 물품을 지연하여 받은 행위를 적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6억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기간에 위탁거래 약 150만건 중에서 151개 수급업자에게 위탁한 2만 8천건(약 2%)을 납부기한 이후에 취소하거나 물품을 늦게 받아갔다. 발주 취소 금액은 643억8천300만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주문을 취소한 후 약 80%를 재발주했지만 애초 주문 물량만큼 되지 않는데다 별도의 주문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생산물량 감소, 자재 단종,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발주를 취소해 이미 제품 생산을 마친 수급업자가 부당하게 재고를 떠앉는 피해를 봐야 했다.
발주가 취소되면 협력업체는 재고 부담, 미납품 자재 처리, 이자 부담 등 직접 피해뿐만 아니라 생산계획 차질로 말미암은 간접 피해가 생긴다.
삼성전자는 납품업체가 주문 취소를 거부할 수 있고 동의를 얻은 후에 취소했다고 설명했지만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납품업체에 대해 엄격한 평가관리를 하고 있어 앞으로 거래거절을 우려해 주문 취소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해명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또 납부기한이 지나서 목적물(4051건, 119억3400만원)을 받음으로써 수급업자에게 지연 기간만큼 재고 부담, 생산계획차질 등 손해를 발생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전산시스템으로 주문 취소한 데 대해 납품업체가 동의하지 않으면 대부분 늦게 제품을 받았는데, 이는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런 사실을 모두 위법행위로 인정하고서 재발방지를 명령하고 과징금 16억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위탁 취소만으로 과징금이 매겨진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제품·생산계획의 잦은 변경 등으로 발주가 취소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