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태훈 기자] 만리장성을 옛 고구려와 발해 영역까지 넘나들며 길이를 늘린 중국의 조치에 국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국 언론과 학계에서 '생트집'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8일 '중국의 만리장성 길이 발표를 한국이 우롱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한국의 주류 언론 매체와 학계가 '만리장성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는 수사를 동원하면서 중국의 발표 내용을 평가절하했다"고 반박했다.
환구시보는 상업지 성격이 강해 정식 관영신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민감한 대외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 관변의 주류 견해를 대변하는 신문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환구시보 보도는 가뜩이나 언론 통제가 강력한 중국에서 민감한 국제 문제와 관련해 소위 '보도 지침' 같은 역할을 한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대표적인 '반한(反韓) 학자'로 분류되는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말을 인용, "한국 측의 평가는 생트집이다"라고 규정했다.
뤼차오는 환구시보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 한국을 비판하거나 북한을 옹호할 때마다 인용하는 인사.
뤼차오는 해당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만리장성이 베이징 인근 산해관(山海關)에서 가욕관(嘉欲關)까지란 과거의 설은 부정확하고 중국에는 더 오래된 장성이 매우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다민족 국가로 중국 안의 장성은 각 민족이 각기 다른 시기에 세운 것들"이라며 "고구려 시기 유적을 포함해 모두 중국 민족의 문화 및 유산"이라고 강력히 논박했다.
그는 또 "이번 측량 결과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판은 의미가 없다"며 "일부 한국인들은 중국측의 만리장성 측량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있다고 비난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날조"라고 강변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그는 "한국인들은 고구려가 그들의 조상이므로 만리장성에 고구려의 것이 포함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황당한 것으로 아무런 이유가 없는 생트집"이라며 "고구려 문제는 학술 토론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중국이 자신의 유산에 대한 측량·조사를 하는 것을 막을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주류 언론 매체들은 이를 민감한 사안이라고 의식이라도 한듯 '만리장성 길이 연장이 한·중 간에서 새로운 논쟁의 쟁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루지 않고 있다.
앞서 중국 국가문물국은 지난 5일 역대 만리장성의 총 길이가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인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을 포함해 총 2만1196.18㎞라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