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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영장류 '보노보' 게놈 염기서열 해독…"인간 성격 연구의 초석" <AP>

[재경일보 김태훈 기자] AP통신은 지난 13일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사람에게 침팬지 만큼이나 가까운 '보노보'의 게놈을 대영장류로는 마지막으로 해독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네이처지 온라인판 최신호에서 "보노보의 게놈 염기서열을 해독한 결과 보노보와 사람은 유전자의 98.7%를 공유하고 침팬지와는 99.6%를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침팬지 역시 사람과 유전자의 98.7%를 공유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보노보와 침팬지가 형제·자매지간이라면 보노보와 사람은 사촌지간인 셈.

이에 대해 연구진은 "보노보와 침팬지의 게놈이 사람의 것과 같은 거리를 두고 있지만 보노보의 게놈 염기서열 분석 결과 게놈의 특정 영역에서는 사람-보노보가 사람-침팬지보다 더 가깝고 다른 영역에서는 사람-침팬지가 사람-보노보 사이보다 가까웠다"고 덧붙였다.

이미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람-보노보-침팬지 이 셋이 약 600만년 전 같은 조상으로부터 진화과정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통설.

학자들은 "보노보는 전쟁으로 갈가리 찢긴 콩고민주공화국 주변에만 서식하며 이들의 서식지는 침팬지의 서식지와 콩고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면서 "약 100만년 전 콩고강이 형성되면서 두 종의 조상이 갈라져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들은 '보노보와 침팬지가 같은 조상을 갖고 있다'는 가설을 뒷밭임하는 근거로 "둘이 갈라진 이후 종간 교배가 없었던 것"을 들고 있다.

한편 보노보와 침팬지는 행동과 성격 면에서 매우 다르다.

보노보는 낯선 이에게 음식을 나눠줄 정도로 친절하고 유아기가 훨씬 지난 뒤에도 어미 곁에서 지내며 어미가 사람처럼 아들의 짝을 골라주는 것은 물론, 섹스로 분쟁을 해결하는 습성이 있어 '히피 침팬지'라고 회자되기도 한다. 반면 침팬지는 동족을 죽이거나 전쟁을 벌이는 등 공격성을 보인다.

이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캐이 프로퍼 교수는 "사람의 성격에는 보노보와 침팬지의 두 극단성이 모자이크처럼 들어 있다"며 "두 동물의 성격적 차이를 가져온 유전적 비밀을 알게 되면 사람의 성격을 연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연구진은 지속인 연구를 통해 사람-침팬지-보노보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유전적인 영역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게놈(Genome) = 생물체를 구성하고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모든 유전정보가 들어가 있는 유전자의 집합체. 모든 생물의 세포에는 핵이 있고 그 안에 염색체가 있으며, 또 염색체 안에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정보를 지닌 DNA(핵산)이 있다.

◇대영장류(Great apes) = 인간,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을 통칭하는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