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그리스 사태 입장 표명…'구제금융' 조건 완화

[재경일보 김태훈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부들이 그리스 2차 선거 결과에 안도하며 그리스에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요구한 '재정 긴축'과 '경제 개혁 이행'에 시간을 좀 더 줄 수 있음을 표명하면서도 조속한 새 정부 구성을 촉구하는 한편, 약속한 개혁을 이행하는 것만이 그리스가 나아갈 길이란 점을 시사했다.

앞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성격을 띄었던 이번 2차 선거의 후반 개표 결과, 구제금융 조건 수용을 약속했던 '신민당'이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시라자(급진좌파연합)'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독일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현지시각 17일 밤 공영TV 'ZDF'에 출연해 "그리스 새 정부가 신속히 구성돼야 한다"며 "'지난 6개월간의 정치적 혼란이 그리스에 손실을 끼쳤다'면서 재정 문제를 바로잡는 시간을 더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해당 언론사는 또 "그는 '이른바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 팀이 그리스 새 정부가 구성되는 대로 아테네를 방문해 향후 진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장 클로드 융커 의장, 프랑스 피에르 모스코비치 재무장관, 벨기에 디디에르 레인데르스 외무장관 등은 구제금융 조건의 완화(이행 시한 연장 등)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무조건적인 백지수표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나라를 성장 궤도로 돌려놓는 경제 개혁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지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면서도 "그 길은 짧지도 쉽지도 않지만, 필요하고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개혁 이행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 IMF는) 그리스가 금융안정, 경제성장, 일자리 등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그리스 새정부와 협력해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밝혔다.

주요 7개국(G7)도 캐나다 재무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그리스 새 정부와 협력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리스가 자신들의 약속을 존중하면서 유로존에 남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익에 들어맞는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백악관과 G20 회의에 참석중인 중국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도 "이번 선거 결과가 그리스가 맞은 경제적 도전들을 시의적절하게 해결해나가는 새 정부의 조속히 구성으로 이어져 굳건한 기반 위에 안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는 의중을 타전해왔다.

한편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 완화' 논의는 우선 오는 2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정상회의'에서 거론될 예정이나, 그리스 상황 등에 대한 유로존 주요국 정상들의 집중 논의는 오는 28일 브뤼셀 정례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진 이번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