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착한가격 목재제품’소비자 주의보 발령

“A급 제품 B급 가격에 사는 게 아니라 B급을 A급 버금가는 가격에 사는 것”

 

가격경쟁이 심해지면서 저질제품들이 이른바 ‘착한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사진은 표면이 울퉁불퉁한 집성판재.
가격경쟁이 심해지면서 저질제품들이 이른바 ‘착한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사진은 표면이 울퉁불퉁한 집성판재.
목재업계에 때 아닌 ‘착한가격’ 경계령이 발령됐다.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한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제품들이 이른바 ‘착한가격’을 앞세워 유통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이러한 저가경쟁으로 인한 품질저하는 단순 유통뿐 아니라 목조주택이나 조경시설 등의 시공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이러한 저품질 저가제품 유통이 지금까지는 거의 모두 업자와 업자, 전문가들 간의 사전 교감에 의해 이루어져 왔지만 최근에는 유통업자에서 곧바로 실질 소비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소할재(일명 한치각, 다루끼)가 당초 30㎜ 각재에서 점진적으로 28㎜로 줄어든 것은 제조, 유통, 시공업자를 아우르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것. 1~2㎜ 씩 두께가 줄어들고 있는 월패널(루바)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이나 공방 등을 통해 실질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품목 중에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목공 DIY 분야 대표적인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집성판재의 경우 일부 품목이 표기된 치수 이하로 판매되는 일이 발생되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소할재나 월패널은 건물주와 같은 실질 소비자들은 부피가 아닌 표면적으로 목재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목공 DIY분야에서의 판재는 두께와 폭, 길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목공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18㎜ 두께 판재 중 일부 제품은 심하게는 17㎜ 이하까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제품들이 소위 ‘착한가격’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상 두께 제품을 판매하는 업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이들 저질제품들 대부분이 치수만 모자란 게 아니라 표면 평형도 등에서도 심각한 하자를 동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시 말해 정상가격 보다 싼 ‘착한가격’의 실체는 비싼 제품을 싸게 사는 게 아니라 저품질의 싼 제품을 오히려 정상제품 가격에 버금가는 비싼 값을 치루는 꼴이라는 것.


이러한 목재제품의 가격경쟁으로 인한 품질저하 현상은 대표적 ‘친환경 목재제품’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규모 조경공사에서부터 상가 및 주택 내외부 바닥 마감재로 각광 받고 있는 게 바로 ‘천연 데크재’다.


나무로 만든 데크에 ‘천연’이라는 불필요한 수식어가 붙게 된 데에는 소비자들의 친환경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천연데크는 방부목과 합성목재와 구별되면서 사용됐기때문이다.


'흰살'부분이 포함된 남양재 데크재(사진 좌와 우) 등이 코팅으로 색깔만 맞추어서 정상제품인양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흰살'부분이 포함된 남양재 데크재(사진 좌와 우) 등이 코팅으로 색깔만 맞추어서 정상제품인양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시장에도 가격경쟁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양재 데크 정상제품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흰살’ 부분을 코팅으로 감추고 판매되고 있다는 것.


이 경우에는 물론 조경시설업자나 인테리어업자들에게는 미리 고지되고 판매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건물주와 같은 실질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인천 선도목재 김도영 과장은 “(특정 국가는) 한국향이라면 18㎜ 제품인데도 당연히 제 치수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 회사의 경우 18㎜ 두께 오동나무 판재를 수입하고 있지만, 막상 도착한 물건을 보면 17㎜ 이하 제품도 보인다”면서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들 제품은 16㎜로 표기해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가격을 인상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항의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소비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치수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이유는 오동나무 판재가 특화된 제품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소나무류 제품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다른 집은 같은 가격에 18㎜를 파는데 혼자서만 16㎜로 판매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풍산목재 유승근 대표는 “흰살이 포함된 2등급 데크재는 직접 눈으로 확인한 소비자들 대부분이 구매를 꺼리는 제품인데, 이를 코팅해서 색깔만 맞추어서 1등급 제품처럼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최근에는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고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실질 소비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또 “흰살 부분은 색깔만 다른 게 아니라 강도나 치수안정성, 부패 저항성 등에도 분명 약점이 있다. 이런 제품이 아무 설명없이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착한가격’에 현혼될 게 아니라 제품의 질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착한가격’은 A급 제품을 B급 가격에 사는 게 아니라 B급 제품을 A급 제품에 버금가는 가격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