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학자였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뒤 모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혔다.
그가 30대의 젊은 나이로 1980년대에 모교에서 강연했던 '화폐금융론'은 경영학도들의 필수 수강코스로 꼽혔다. 금융통화위원, 한국금융학회장, 국제경영학회장을 지냈고 모교의 총장직까지 수행하며 능력있는 학자로 회자됐다.
하지만 금융권 및 KB금융 내부에서는 '거기까지였어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 기자는 작년 8월 KB국민은행에서 처음으로 이 말을 직접 들었고, 이후 우리금융 인수 및 메가뱅크 문제와 관련해 금융권 취재원들로부터 간간히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풀어보면, 학교를 떠난 뒤 그가 발들인 조직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총장직을 그만둔 2007년부터 사외이사를 지낸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불법 특혜의혹을 사고 있다. 민간위원장을 지낸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는 정권의 홍보 나팔수 역할에만 매진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2008년부터 위원장을 지낸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 한 일은 딱히 알려진 바가 없다.
특히 한국투자공사가 2008년 금융위기 시절 메릴린치에 국가 외환보유액 2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주가 급락으로 원금의 90%를 공중에 뿌렸는데도, 당시 어윤대 운영위원장이 손절매라도 시도했다는 이야기조차 들어본 바 없다.
이렇게 학문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인데, 금융노조 측의 경우 더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경영과 금융을 글로 배운 이 학자가 2010년 7월 국대 최대 금융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 회장에 '낙하산'을 타고 왔다고 꼬집는다.
또 취임하자마자 국민은행 직원들을 '비만증 환자'로 몰아붙이며 경쟁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그가 추구했던 경쟁위주 경영은 상품 베끼기, 과도한 실적강요 문화, 자폭통장 양산 등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그의 취임 당시 5만원을 호가하던 주가가 취임 2년이 다 된 지금 4만원 밑으로 폭락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도는 이유는 어윤대 회장이 경영 중 남긴 오점들을 메가뱅크를 통해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인 듯 싶다.
관계자들은 질보다 양을 늘려 자신의 실책을 덮어보겠다는 어윤대 회장의 심보가 보인다고 한다. 또 그가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에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구조조정 메스를 들이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의 말대로 어 회장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가할 생각으로 메가뱅크를 추진하고 있다면 결국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유능을 증명하려다 또다른 오점을 남기게 될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