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대법원이 공개된 장소에서의 단순한 성기노출 행위는 성적 수치심만 유발할 뿐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6일 길거리에서 여성 피해자를 위협하며 성기를 보여주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강제추행·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강모(48)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인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사람이나 차량 왕래가 빈번한 도로에서 성기를 노출한 행위는 피해자가 고개를 돌려 외면하거나 주위의 도움을 청할 수 있어 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강씨는 2010년 10월 부산 동래구 온천1동 식당 앞 길거리에서 평소 감정이 좋지 않던 배모(여·48)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위협하면서 바지를 벗어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고, 배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까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 1심에서는 성기 노출이 밀폐된 곳이 아닌 개방된 장소에서 이뤄졌고 신체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로 피해자 협박과 경찰관 폭행 부분만 유죄로 봐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성기 노출이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추행에 해당한다며 강제추행 혐의도 유죄로 인정하고 형량만 그대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