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 취업 실적을 뻥튀기한 대학들이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취업률 통계는 대학 평판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교과부가 교육역량 강화사업 지원 등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할 때도 핵심적인 평가지표로 활용돼 대학들이 허위 취업, 교내 채용, 진학자 과다 계상 등 갖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취업률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번 감사에서도 학생들이 회사에 취업한 것처럼 꾸민 뒤 건강보험료와 인턴보조금을 학교가 대납하는 등의 방식으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대학들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교과부는 2월6일부터 3월23일(추가감사 6월7∼15일)까지 전국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취업통계 실태를 감사한 결과, 28개 대학에서 갖은 편법을 동원해 취업률을 조작한 사례를 발견해 교직원 164명에게 처벌 조치를 하도록 요구했다고 26일 밝혔다.
교과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적발 유형은 허위취업(16개 대학), 직장 건강보험 가입요건 부적격자의 건보 가입(7개), 과도한 교내 채용(3개), 진학자 과다 계상(4개) 등이다. 대학별 관계자 처분은 징계 51명, 경고 94명, 주의 19명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기도의 A대는 6개 학과에서 겸임교수 등이 운영하는 13개 업체에 63명을 허위 취업시키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인적 사항을 업체에 제공했다. 일부 학과는 교비에서 배정된 실험실습비로 허위 취업자의 4대 보험료를 대납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이기도 했다.
경북의 B대는 학생이 취업하지 않았는데도 14개 업체에 52명 분에 해당하는 인턴보조금 5630만원을 지급했다. 재원은 국고에서 지급된 교육역량강화 사업비였으며 이렇게 지급된 액수는 두달 동안 1인당 평균 100만원에 달했다.
경기도 소재 C대는 5개 학과의 교수·강사 등이 운영하는 4개 업체에 51명을 허위취업시키고 12명의 도장을 무단 제작해 가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교과부는 B대에 대해 부적정하게 지급한 인턴보조금 4847만여원을 회수해 국고에 반납하도록 시정을 요구했다.
대전의 D대는 겸임교수·시간강사 등이 운영하는 업체 3곳에 10명을 비상근 직원으로 취업시키고 직장 건보에 가입시켜 취업률 산정에 포함시켰다.
대학이 취업률을 손쉽게 높이기 위해 교내 인턴을 과다 채용하거나 평생교육원 등록자를 대학원 등에 진학한 학생인 것처럼 눈속임한 사례도 있었다.
광주의 E대는 미취업 졸업자들을 3개월 8일간 교내 행정인턴으로 뽑으면서 당초 채용 예정인원보다 28명이 많은 178명을 교내 행정인턴으로 채용하는 방법으로 취업률을 부풀렸다.
경남의 F대는 졸업자 중 학위과정이 아닌 평생교육원에 등록한 10명을 진학자로 분류해 진학자를 과다 산정해 취업률을 산정했다.
G대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진학자가 아닌 진학 예정자 26명을 진학자로 분류해 취업률을 부풀렸다.
대학 측이 학생들을 교수 등이 세운 연구소·기업에 허위 취업시킨 뒤 인건비를 줬다가 돌려받은 사례, 학교가 준 돈을 기업은 회사 경비로 쓴 사례 등도 있었다.
부교수가 세운 연구소에 9명을 허위 취업시킨 H대는 지난해 5월분 급여 223만2천원(1인당 24만8천원)을 지급한 뒤 조교 명의의 계좌로 돌려받기도 했다.
I대는 병원에 취업해 발령 대기 중인 5명을 일반 회사에 허위 취업시키는 등 5개 학과에서 13명을 6개 업체에 가짜로 취업시켰다.
이밖에 J대의 학과장은 남편이 차린 회사에 3명을 허위 취업시키는가 하면 K대는 미취업자 158명을 취업시키고 지도비로 1인당 50만∼100만원을 109개 업체에 지급했다.
L대는 147명을 허위 취업시킨 뒤 취업활성화 지원금 3억2천여만원을 76개 업체에 인건비 및 보험료로 지급했다. 그 중 4개 업체는 2천만원을 운영경비 등 목적 외로 쓴 사실이 적발됐다.
이같은 취업률 부풀리기가 확인됨에 따라 교과부가 취업률을 핵심 지표로 활용해 막대한 국고를 쏟아붓는 각종 대학 평가 및 재정지원 사업의 신뢰도에도 상당한 금이 가게 됐다.
특히 교과부가 지난해 하반기 평가 하위 15%인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발표하고 '중단없는 대학 구조개혁'을 선언할 당시에도 취업률은 10개 평가 지표 중 재학생 충원율에 이어 두번째로 비중이 높았다. 당시에도 이미 대학가에서는 취업률 부풀리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부풀리기를 하지 않는 대학은 지표가 나빠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들이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교과부가 뒤늦게 '사후약방문'식으로 취업률 통계 감사에 나섰지만 사전에 철저히 감독·관리를 하지 못하고 엉터리 지표를 적용해 엉뚱한 대학을 지원하느라 국고가 낭비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과부는 이번 감사에서 대학이 공시한 지난해 취업률 산정의 적정 여부를 점검했으며 감사 대상은 전년 대비 취업률이 급격히 올랐거나 유지 취업률이 낮은 대학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교과부는 적발 대학별로 사안의 경중을 감안, 취업률을 지표로 반영하는 교육역량 강화사업 등 각종 사업에서 불이익을 줄 예정이며 실태점검 등을 통해 대학 공시 취업률의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