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국민연금, '분식회계' 신텍·삼일회계법인 상대 손해배상소송 나선다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과 다수의 국내 중견 자산운용사들이 코스닥 상장사 신텍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분식회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중견기업의 분식회계 건에 대해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신텍은 분식회계 이후 한솔이엠이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상장폐지와 재상장까지 이루어진 상태라 이전 경영진과 현재 법인, 외부감사인이 얼마나 책임이 있는 지를 놓고 복잡한 셈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9일 "주식운용 위탁팀을 중심으로 신텍 분식회계 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신텍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1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나면서 소송 제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1심소송에서 법원이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만큼 제척기간인 9월 5일까지 내부 절차를 거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국내에서 운용하는 주식 자금의 절반 이상을 40여개 국내 자산운용사 등에 위탁하는데, 스몰캡(중견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신텍 관련 손해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측은 현재 소송가액을 산정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별도로 문제의 공모펀드를 운용한 자산운용사들도 신텍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부에서 소송을 검토 중인 금융회사는 동양자산운용과 KTB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등 중견 운용사들로, 이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단체소송을 준비 중인데 삼일회계법인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잡고 있다.

투자기관들이 대부분 소송에 참여할 경우 매매거래 정지 당시 기관들의 보유지분과 평균 손해액을 감안하면 소송규모는 총 80억~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투자 손실에 대해 피투자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투자손실이 외부로 공표되면 펀드 판매에서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신텍 건은 재무제표를 거짓 작성한 사기 사건이라는 점, 회사가 거대 기업인 삼성중공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 외부감사인이 국내 최대 삼일회계법인이라는 점 때문에 소송의 명분과 실익이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텍은 삼성중공업과의 M&A를 앞두고 2008~2010년 3년에 걸친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막판까지 갔던 협상이 깨져서 큰 충격과 혼란을 준 바 있다.

이 회사는 분식회계로 인해 지난해 9월 6일 한국거래소에 의해 거래정지됐지만 지난 3월 한솔이엠이가 인수하면서 자구노력을 거쳐 지난달 11일 거래가 재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