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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D 자살률 1위 국가' 한국, 정부는 무대책 방관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한국인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6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OECD 평균은 매년 낮아지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최근들어 자살자가 더 늘어나면서 다른 회원국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자살률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사회의 관심과 정부의 해결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에 앞서 9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OECD 헬스데이터 201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33.5명으로 2009년 28.4명보다 5.1명 늘었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을 뿐 아니라 회원국 평균치인 12.8명보다 2.6배나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어 헝가리(23.3명), 일본(21.2명), 슬로베니아(18.6명) 등의 순으로 자살률이 높았지만 우리나라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5년 전에 비해 남녀 모두 감소했으나 유독 우리나라는 증가세를 보여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성 자살률은 2005년 45.1명에서 2010년 49.6명으로, 여성 자살률은 18.6명에서 21.4명으로 증가한 반면 OECD 회원국 평균치는 남성이 21.6명에서 20.7명으로, 여성이 6.2명에서 5.8명으로 줄어들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2010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자살(13%)이다. 청소년 10만명당 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노인은 10만명당 81.9명으로 일본(17.9명), 미국(14.5명)과 비교가 안 된다.

반면 자살률이 낮은 나라로는 그리스(3.2명), 멕시코(4.8명), 이탈리아(5.9명)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 미국 12.0명, 영국 6.7명, 독일 10.8명, 프랑스 16.2명, 스웨덴 11.7명 등 주요 국가의 자살률이 10명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15.6%는 평생 한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3.2%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우울증이라는 질병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는 "우울증으로 인한 마음의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면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묻지가 범죄'가 되고 내부로 향하면 자살로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한국 사회가 성장 일변도로 가며 풍족해졌지만 개개인의 정서는 오히려 피폐해진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는 자살 고위험군을 잘 관리해 전체 절반에 이르는 충동적인 자살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성장 일변도 가치관을 감성적·철학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는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와 나홀로 가구가 늘고 있는 데다 경제사회적 원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회전반에 걸쳐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살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산 아르바이트생 자살사건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등 올해 일어난 자살 사건을 살펴보면 왕따, 성폭행, 학교폭력 등 사회에 만연해 있던 문제가 자살로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현정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살은 개인이 아닌 국민의 문제이므로 정부가 나서서 자살예방 지원에 힘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힘들 때 '죽고싶다'거나 '죽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다"며 "아이들에게 죽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고 생명존중 가치관을 길러줄 전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살예방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도 절실하다.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현실에도 정부의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박종익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일본은 자살예방에 3천억원을 들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의 예산은 20억에 불과하다"며 "예산을 늘리지 않고 자살률만 떨어지길 바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자살 문제해결에 관한 정책을 우선순위로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도 "예산뿐만 아니라 정부와 입법기관의 진심어린 관심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은 올해로 10번째를 맞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