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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11주년에 이뤄진 리비아 美 영사관 피습… 대선 쟁점화할 듯

[재경일보 유재수 기자] 리비아 벵가지 소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으로 미국 정부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민들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1주년이 돼 추도식이 열린 당일 날 이 같은 유사 테러 사건이 일어나자, 게다가 1979년 이후 33년 만에 외국에서 미국 대사가 숨지자 큰 충격에 빠졌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과 외교 정책 자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등은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유약한 기조를 펴온 것과 연결지어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이 사태 진정 이후 10시간이나 지나 나온 것을 지적하며 `늑장 대응' 공세를 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오전 6시 30분께 리비아 무장 세력의 벵가지 영사관 공격으로 전날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의 미국 관리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구두 및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강력히 비난하고 외교 공관에 대한 경비 강화를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벵가지에 있는 미국 외교 시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해 4명의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성명과 별도로 직접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과 함께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말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톤으로 비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이 미국과 리비아의 연대를 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슬람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영화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아랍권에서의 전반적인 반미(反美) 정서나 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정부와 협조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들에게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국민의 종교적 신념을 훼손하는 모든 시도를 용인할 수 없지만 공직자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비상식적인 폭력과 야만적 행동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리비아에 있는 미국인과 세계 곳곳의 외교 시설에 대한 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마련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무장 세력 공격 이후 현지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미국민과 외교 시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50여명의 부대원으로 구성된 해병대 FAST팀(함대 테러대책팀, Fleet Anti-terrorism Security Team)을 급파하기로 했다.

FAST 팀은 미국 대사관 요원과 현지 거주 미국민의 경호 및 경비 임무를 맡게 된다.

그는 또 이날 발표한 포고령을 통해 스티븐스 대사 등 이번 사건 희생자를 기리고자 백악관을 비롯한 모든 공관이 이달 16일 해가 질 때까지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영토 내 모든 공공건물과 군부대, 기지, 해군 함정, 또 재외 공관과 해외 주둔 군부대 등의 성조기를 장례일 일몰 때까지 조기로 달도록 명령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사건을 '리비아 정부나 국민이 아닌 소규모 야만적 집단'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규정하고 "자유스럽고 안정된 리비아는 미국의 이해와 안전에 부합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리비아로부터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별도로 냈다.

그는 특히 이번 사건이 '9월11일' 발생해 충격이 더하다고 덧붙였다.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캠프는 이번 사건을 대통령 선거의 이슈로 삼을 태세다.

공화당을 비롯한 미 정치권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을 놓고 '너무 소극적인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이날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이 되게 해선 안된다"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 중동 및 아랍 정책이 유약하고 소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랍 세계와의 화해를 추구해온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강력한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특히 미국 정부가 사실확인과 수습과정에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이 사태 발생 이후 10시간이나 지나 나온 것을 문제 삼아 `늑장 대응' 공세를 펴는 동시에 영사관을 습격한 무리를 비난하는 대신 동정심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관이 논란이 된 영화의 제작자가 타인의 종교적 신념을 해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남용했다고 비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롬니 진영은 이번 사건을 대선 이슈로 삼을 태세다.

롬니 후보는 이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 이슈화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 뿐 아니라 그가 임명한 대사가 한 말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