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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 한국 증시… 개인 순매수 10개 상위종목 수익률 모두 `마이너스'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올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경기둔화에 따른 주식시장의 침체와 불안정성 속에서도 양호한 수익을 올렸다.

한국 증시가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하는 종목마다 주가가 떨어지는 이른바 `개미지옥'이 된 셈이다.

외국인과 기관 등 전문 투자자에 비해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의 `봉'으로 불린 것은 어제 오늘의 상황이 아니지만 변동성이 강한 장세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주체간 정보비대칭이 개미지옥이 된 한국 증시의 핵심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발표하기 직전 한국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급증하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 중요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경기부진에 따라 주가하락이 불가피한데도 증권사들이 무조건 `매수'를 권유하는 보고서로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들이 순매수한 10개 종목에 대해 증권사들은 올 들어 모두 1천87건의 보고서를 냈으나 `매도' 의견은 1건도 없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최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4일 장종료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10대 종목의 수익률은 평균 -18.15%로 집계됐다.

종목별로는 순매수 규모 1위인 LG전자가 -0.40%를 나타내 그나마 가장 나았고, 대부분은 -10% 후반대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5위인 락앤락과 6위인 금호석유는 연초보다 주가가 각각 40.68%, 31.64% 급락했다.

순매수 상위 30대 종목으로 범위를 넓혀도 플러스 수익률은 없었다.

30개 종목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한 종목은 15위인 휴비스(0%), 20위인 코오롱머티리얼(0%) 등 2개 뿐이었다.

각 분기별로 살펴보면 개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수익률은 1분기 -2.01%였던 것이 2분기 -15.94%로 더욱 떨어졌고, 3분기 들어서는 9월14일까지 -7.07%를 나타냈다.

반면 외국인의 성적은 대체로 양호했다. 기관은 고수익을 올렸다.

올해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대 종목의 수익률은 4.60%, 30대 종목의 수익률은 4.89%로 각각 집계됐다.

이들 10대 종목 가운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포스코(-3.03%), SK하이닉스(-0.46%), 현대중공업(-4.86%) 등 3개에 그쳤다.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대 종목 수익률은 19.17%, 30대 종목 수익률은 12.07%로 각각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보다 수익이 부진한 까닭으로 정보력, 자금력, 장기전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앙대 경영학과 김동순 교수는 "개인 투자자는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정보 인프라 측면에서 밀리고, 모멘텀 트레이딩을 할 자금력도 없다"면서 "블루칩 대신 변동성이 심한 종목에 단기 투자하는 성향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개인의 주된 정보원은 증권사 분석 리포트와 언론 보도이지만 모두에게 공개되는 정보인 만큼 부지런히 수집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정보를 생산하고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기업과의 접촉기회도 많다.

김 교수는 "기업설명회(IR)도 대부분 외국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이런 정보 비대칭 탓에 개인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 간의 정보비대칭 현상이 지나치면 사전 정보유출 의혹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발표 직전 국내 주식시장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련 정보가 사전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등에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상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29분 유가증권시장의 주식거래량은 1062만6천주로 1분전인 11시28분(191만4천주)보다 5.56배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시점에 거래량이 약 2배 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 박진우 교수는 2005년 1월∼2011년 12월까지 6년간 횡령·배임으로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110개 기업의 전후 주가동향을 조사, `횡령·배임 조회공시와 투자자간 정보비대칭' 제하의 논문으로 정리해 최근 한국증권학회 3차 정기학술발표회에서 발표했는데,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시점보다 평균 7거래일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했을 때는 이미 주가가 이전의 약 8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투자자별 매매패턴은 개인과 기관·외국인이 정반대 방향을 보였다.

조회공시 요구전 20거래일부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를 시작해 10거래일 전후부터 순매도를 본격화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지속적으로 순매수 패턴을 보여 피해 규모를 키웠다.

박 교수는 "기관과 외국인이 개인투자자보다 우월한 정보수집 능력을 바탕으로 조회공시 요구일 이전부터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국 투자자간에 정보비대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투자자간의 정보 비대칭은 정보분석 능력보다는 정보수집 능력의 격차에 따른 것으로 봤다. 즉 개인투자자에 비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떠도는 횡령ㆍ배임에 대한 소문을 사전적으로 인지하고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에서 우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행 공시제도가 정보 불균형 해소, 시장 효율성 증진, 투자자 보호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공시 제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시중에 떠도는 첩보를 조기에 입수해 조회공시 요구를 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은 자금력에서도 외국과 기관투자자에 밀린다.

외국인과 기관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모멘텀 트레이딩'을 통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락장에서도 '물타기' 등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이익 창출의 기회로 삼는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은 자금력이 부족한 만큼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세 가지 요인 중 자금력의 열세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

투자전략 문제는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춘 `똑똑한 개미'들이 출현하면서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고 볼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의존하는 증권사 종목분석 리포트가 `가이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증권사들은 경기부진 상황에서도 `매도'나 `비중축소' 등의 투자의견을 내놓지 않는다. 개인들이 주식을 많이 매수해야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등과의 관계를 감안해 가능하면 `매수'의견을 유지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개인 순매수 상위 10대 종목에 대해 내놓은 리포트 1087건을 분석한 결과, 무려 959건(88.2%)이 투자의견 `매수'였다.

`중립' 의견은 127건(11.7%)이었고, '투자의견 없음'(Not Rated)은 1건이었다. 매도 또는 비중감소 의견은 1건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 1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경우는 전혀 없었다. 평균 수익률은 -18.15%로 집계됐다.

김 교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매도'를 제시하면 (기업 등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매수하라고 할 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면서 증권사 리포트가 개인들에게 도움을 못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매수한 종목은 이와 전혀 달랐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대 종목과 기관 순매수 상위 30대 종목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대 종목과 겹치는 항목은 LG전자와 신한금융지주 2개 뿐이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늘리려다 오히려 큰 손실을 입으면서 이른바 `큰 손'들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식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겠다면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우선 개인투자자는 정보 수집 뿐 아니라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리포트에서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매도, 매수, 목표가 등의 투자의견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근거로 제시된 기업평가 내용을 분석해 스스로 투자방향을 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국내 증시가 외국 증시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글로벌 경기상황과 외국의 주요 경제 이벤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코스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3차 양적완화(QE3) 효과에 힘입어 2,000선을 돌파했는데, 그동안 시장에서 QE3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음을 감안하면 연준의 발표 이후 국내증시 상승세는 예측 가능했었다.

투자자간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려면 현행 공시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진우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공시제도가 존재하는 주된 목적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점을 강조하며 "횡령·배임 등을 비롯해 시장에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를 적시에 입수해 수시로 공시할 수 있도록 당국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