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1일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찾아 간담회를 갖던 중 눈물을 흘렸다.
이들과의 만남은 대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수해지역 주민, 취업준비생 등을 만나 고충을 듣고 희망을 주겠다는 `힐링행보'의 연속으로, 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힐링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에 대한 의미를 살리는 행보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이날 우울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센터인 경기도 평택시 통복동의 `와락센터'에서 해고노동자 및 가족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곳은 지난 2011년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집단상담을 시작하며 만들어졌으며, 문 후보는 권지영 와락센터 대표와 함께 해고노동자와 가족 10여명과 둘러 앉아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지난 3년간 이들이 겪은 아픔을 듣고 격려했다.
권지영 와락센터 대표는 "파업 이후 사람들은 모든 게 평화적으로 끝날 줄 알지만 지난 일주일 사이에 자살을 시도했다는 얘기를 세 번이나 들었다"며 "가족들은 여전히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전날 열린 국회 환노위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를 언급하며 "당장 복직시켜주겠다는 얘기를 듣기보다 사람을 발에 채는 돌멩이처럼 함부로 대한 것을 사과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 해고노동자는 "많은 노동자가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재산에는 임시압류가 걸려 있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쌍용차 사태에 대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회사가 정상화되면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는 합의를 지키지 못하면 취업 알선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재산을 압류하는 것은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날 청문회를 지켜본 노동자와 가족들은 "어떻게든 강경 진압의 주동자인 조현오 전 청장을 구속해서 죽은 22명 동지의 한을 풀어달라"며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문 후보는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현 정부에서 해결이 안 되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해결하겠다"며 "똑 부러진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없겠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꿋꿋이 버티셔야 한다"고 격려했다.
문 후보는 30여 분간 노동자, 가족들과 대화하며 두어 차례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는 해고노동자 가족이 3년여간 겪은 실상을 담은 동영상을 본 뒤 북을 치면서 심리를 치유하는 음악힐링 치료 프로그램인 '난타'를 직접 배워보기도 했다.
문 후보는 함께 이야기를 나눈 가족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제가 여러분 스트레스를 안고 갈 테니까 여러분은 다 푸시고 치유되세요"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