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달러 환율 1,450원 돌파 후 불안한 외환 수급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고 원화용도 외화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과거 원화가치 급등을 우려해 외환 유입을 엄격히 제한했던 기존 정책 기조를 전환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은 20일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컨퍼런스콜을 열고 이런 내용의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외환 유입을 엄격히 제한해 온 정책 기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 호조세와 국내 정치적 불안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날 1,450원을 넘어섰다.
지난 3일 계엄 이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가 34.4bp(1bp=0.01%p)와 18bp에서 최근 각각 36.3bp와 22bp로 뛰는 등 외화조달 비용이 상승했다.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국내은행의 경우 50%에서 75%로, 외국은행 지점은 250%에서 375%로 상향하기로 했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2010년 10월 급격한 자본 유입과 단기 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 비율을 확대하면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좀 더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외국환은행 거주자들이 원화로 환전해 사용하는 외화대출에 대한 제한도 완화한다.
대·중소·중견기업의 시설 자금에 대한 외화 대출을 허용하되 필요시 차주의 환리스크 부담 여력을 고려해 환리스크 부담이 낮은 수출기업에 제한해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원화용도의 외화대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고 중소·중견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에만 일부 허용해왔다.
원화로 환전하는 외화대출이 늘어날 경우 원화 수요가 증가해 원화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 1월 외국환 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달러 환전 없이 기존의 결제 체계를 활용해 상대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현지 통화 직거래 체제(LCT)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대금을 지급할 때 무증빙 한도를 상향하고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교역국과 LCT 추가 체결도 검토할 계획이다.
위기 상황을 가정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부족액을 평가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유동성 확충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규제도 내년 6월까지 유예된다.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정합성을 제고하고 강화된 규제를 유예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가정된 위기상황 하에서 각 금융기관의외화자금 과부족액을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 운영 중이다.
강화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적용되는 감독상 조치를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6월) 유예 연장하기로 했다.
외환당국 간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확대하고 만기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기 구축된 결제 체계를 통해 달러환전 없이 상대국 통화 결제를 확대한다.
현재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에 현지통화 직거래 체제(LCT)가 올해 9월말 출범했다.
이를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에 지급시 무증빙 한도를 상향하고 LCT 수행은행의 계좌 일말잔액 한도 상향을 통해 LCT 활용을 활성화한다.
또한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교역국과 추가 LCT 체결을 검토한다.
국내기관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는 등 편의도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시행 효과와 외환시장 여건 등을 살펴 가면서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