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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울형 기초보장제' 도입… 기초생활 비수급자 지원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서울시가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별도로 '서울형 기초보장제'를 도입한다.

일단 내년부터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 비수급자 6만명을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부터 19만명의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총 120개 시민복지사업에 내년 1조9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회적 파급력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예산 부담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시는 내달 중 박원순 시장이 10대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던 '서울시민복지기준선'을 발표할 예정이며, 소득·주거·돌봄·건강·교육 등 5대 분야의 기준과 사업 내용을 거의 확정했다.

시는 일단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은데도 기초생활 보장을 받지 못하는 19만명에게 기초수급자가 받는 생계 급여의 절반을 지급하고, 교육·해산·장제 급여는 수급자와 같은 수준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통해 정부 최저생계비와 서울시 최저생계비 사이에 있는 사각지대 집단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지만 기초생활 비수급자인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형 기초보장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든 것.

선정기준도 부양비 부과율, 일반·금융재산과 자동차 등 소득환산율을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적용한다.

시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조례를 제정해 내년 하반기부터 6만명을 우선 지원하고 2014년 9만명, 2016년 14만명, 2018년 19만명으로 점차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계산한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49만5550원이지만 서울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수치는 173만7658원으로 약 16% 높다.

예산은 내년 410억4000만원, 2014년 1231억2000만원, 2016년 1915억2000만원, 2018년 2599억2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최종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각지대가 생기자 지자체가 새로운 수급제도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는 또 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거부당한 1만명의 수급권자를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하고 지원하기로 했으며, 내년 2000명을 시작으로 2018년 1만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득' 분야에서는 차상위계층 6000명에게 일자리를 주는 희망근로사업, 노인과 청년을 위한 좋은일자리사업, 생활임금제 도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주거' 분야에서는 주거의 최저기준을 '임대료 비중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한다'로, 적정기준은 '임대료 비중이 소득의 25% 수준이 되도록 하고 4인기준 54㎡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로 정했다.

세부사업으로는 주택재고 10%까지 임대주택을 확충하고, 2018년까지 소득 대비 임대료 25% 수준으로 매년 2만가구에 주거비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주거분야 기준과 예산은 박 시장의 또 다른 공약인 '2014년까지 임대주택 8만호 건설'을 기초로 작성됐다.

주거분야의 내년 예산은 시민복지기준 사업 전체 예산 중 52%를 차지하는 9900여억원으로, 대부분이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돌봄' 분야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 동별 2곳 이상 배치, 특별활동상한액이 만4세 보육료 지원단가의 50% 이하가 되도록 지침 제시,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 대상을 전국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에서 150% 이하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건강'에는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와 간호사 중심의 환자안심병원 운영, '교육'에는 정부 계획과 연계한 고교 수업료 무상화, 학교보안관 2명 이상 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민복지기준 사업에 들 내년 예산은 지난해 발표대로 2조원 범위에서 책정됐다.

신규사업 50개와 기존사업 79개 등 총 129개 사업에 들 내년 예산은 총 1조9177억3300만원으로, 5대 분야 중 주거분야에 가장 많은 9977억57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시가 지자체 최초로 복지기준선을 마련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언적 의미는 충분하며 전국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서울시같이 큰 지자체에서 복지 기준을 공포해 정책에 반영하는 건 처음 시도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김은정 간사도 "전국적으로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울시에서라도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에서 해야 할 역할을 지자체에서 부담하게 되는 것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등 굵직한 정책은 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칫 '선언문'으로만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교수는 "어쨌든 정부 정책을 기반으로 깔고 시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협조가 안 되면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시의 실행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간사도 "정부에서 해야 할 역할을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게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올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