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성훈 기자]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하게 해 손해를 봤다'고 국가와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을 상대로 낸 7조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에 따라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5일 최모씨 등 28명이 '전기료를 인상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과 최씨 등 14명이 같은 취지로 김쌍수 전 사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식경제부는 물가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기초로 전기요금을 산정할 수 있다"며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산정하더라도 법령을 위반했다거나 임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지식경제부가 전기요금 인상률을 산정해 한전에 통보한 것은 소관업무에 해당하는 행정지도로, 배후에서 한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이 법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정부가 한전에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묶도록 해 회사에 손실을 안김으로써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7조2028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올해 1월 제기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김 전 사장을 상대로 2조8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청구금액은 이후 일부 청구로 1400억원으로 축소됐다.
한편, 재판부는 두 소송에서 원고 적격이 없는 일부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마친 현재 한전 주식을 모두 처분했거나 주주권 행사 당시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던 일부 원고들의 소송 제기는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