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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한글섬'서 세종학당 철수… 한글 보급 중단 위기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세계 최초로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도입했던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族)의 바우바우시(市)에서 한국어 교육기관과 현지 유일의 한국인 교사가 모두 철수한 데다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한글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이 나오고 있어 찌아찌아족 대상 한글 보급활동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훈민정음학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경북대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州) 부톤섬 바우바우시에서 운영되어왔던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이 지난 8월31일 철수했다.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세계 각지에 설립하는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바우바우시에는 경북대와 인도네시아 무함마디아 부톤대 협력으로 설치돼 올해 1월30일 개원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경북대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바우바우시 측과 각종 오해를 빚다가 7개월 만에 철수를 결정했으며, 올해 초 강사로 파견됐던 현지 유일의 한국인 교사 정덕영(51)씨도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또 현지에서 지난 2009년 운영한 교원 양성 프로그램도 미진했던 탓에 바우바우시에는 찌아찌아족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칠 현지 교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글 문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인도네시아 교육부 산하 언어개발기구 수기요노 박사는 지난해 11월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도입한 것은 중앙 정부의 언어정책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헌법에 따라 제정된 법률 24호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도네시아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해야 한다. 공식 문자인 로만라틴 외에 또 다른 문자체계를 채택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찌아찌아족은 독자적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어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가 지난 2009년 훈민정음학회의 건의로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하고 학회가 만든 교과서를 써왔다.

하지만 바우바우시와 훈민정음학회의 관계가 소원해져 지난해 바우바우시장은 훈민정음학회와의 협력관계 결렬을 선언했다.

바우바우시는 “초기에 약속한 경제 지원 등이 성실히 이행되지 않았다”고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게다가 한글 수용을 주도했던 아미룰 타밈 바우바우 시장이 올해 12월 임기를 마치게 돼 향후 공식 표기문자로서의 한글의 위상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문화부는 바우바우시에 세종학당을 맡을 다른 대학을 찾아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부 관계자는 "경북대가 사정상 철수해 세종학당을 맡을 다른 대학을 물색하고 있다"며 "정해지는 대로 다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