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하루 중 환율변동폭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일 중 환율변동폭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2월 이후 4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환율변동폭이 줄어든 영향으로 원화의 투자 가치와 거래량이 감소하고, 외환시장 성장세도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원화의 일 중 변동폭은 3.20원(변동률 2.9%)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2월(2.50원) 이후 4년8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 중 변동폭은 장중 계속 변하는 원·달러 환율 가운데 제일 높은 가격과 낮은 가격의 차이를 의미한다.
10월에는 장중에 환율이 평균 3.20원밖에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일 중 변동폭은 1.50원으로 2008년 2월26일(1.40원) 이후 최저 기록이다.
전일 대비 변동폭 역시 10월 한 달간 평균 1.80원으로 2008년 2월(1.60원) 이후 가장 적었다.
환율변동폭이 줄어든 것은 최근 이어진 하락세에 대한 부담과 당국이 언제 환율 방어에 나설지 모른다는 경계감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2004~2005년 환율이 1,100원선 아래로 내려갔을 때는 추가 하락 기대감이 있어 환율변동폭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의 기대가 크지 않아 보인다.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큰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환율변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언뜻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우리 경제가 각종 변수에 그만큼 덜 민감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수출업체의 리스크도 줄어든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은 (환율이) 어느 방향이라도 예측 가능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환율변동성이 큰 것은 불확실성도 커지는 것이므로 변동폭이 작을수록 기업이 활동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환율변동성이 너무 떨어지면 외국 투자자들에게 원화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외환 거래량도 감소하게 된다. 거래량이 감소하면 환율이 각종 변수에 크게 출렁일 위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은행 간 외환거래액(현물환ㆍ외국환 중개회사 경우 거래 기준)은 하루 평균 77억1천만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2억6천만달러보다 25억5천만달러(24.9%) 줄었다.
외환거래 규모는 올해 5월 104억7천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최근 환율변동폭이 너무 좁은 것이 사실이다. 변동성이 축소되면 거래비용 대비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전년 대비 10% 안팎 성장하던 거래량이 몇 달 사이 오히려 줄고 있다. 환율변동성은 너무 커도 문제지만 너무 작아도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