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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 14만원 못내 촛불 생활하던 할머니·손자 화재로 잠자다 숨져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가난한 형편으로 인해 전기요금 14만여원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놓고 자던 조손가정 주택에서 불이 나 할머니와 손자가 숨졌다.

21일 오전 3시 50분께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양리 주모(63)씨 집에서 촛불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주씨의 아내 김모(58)씨와 외손자(6)가 숨졌다.

주씨도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30㎡ 크기의 목조 주택 내부를 모두 태우고 1시간 20여 분만에 119에 의해 진화됐다.

주씨는 경찰에서 "잠을 자다가 머리 위쪽에 불이 붙고 있어 밖으로 나와 마을 사람들에게 '불이야'라고 외치고 이웃에 119신고를 부탁하고 다시 들어왔더니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번져 있었고 아내와 손자가 침대 위에서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주씨는 양쪽 무릎 관절이 불편해 외손자를 안고 나오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사 결과, 주씨 부부는 6개월 동안 전기요금 14만2710원을 내지 못해 지난달 30일부터 한국전력의 전류제한 조치를 받아 집의 전기가 끊겼으며 별다른 난방도 하지 않고 촛불을 켜고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전류제한 조치는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장기 체납 가구에 대해 순간 전력 사용량이 220w를 넘을 경우 전기가 차단되도록 하는 장치로, 이 조치를 받으면 20w 형광등 2~3개와 TV 1대, 소형 냉장고 1대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전기장판 등 전력 소모량이 많은 가전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

또 주씨의 부인 김씨는 이날 오전 3시께 외손자가 소변이 마렵다고 하자 촛불을 켜고 안방에 있는 요강에 소변을 보게 하고 촛불을 켜둔 채 다시 잠이 든 것으로 밝혀졌다.

주씨 부부는 첫째 딸의 아들인 외손자가 출생한 뒤부터 호적에 입적한 후 줄곧 양육을 맡아왔다.

다리가 불편한 주씨는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해 아내 김씨가 마을 인근 유자 생산공장에서 일당을 받고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왔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어렵게 생활해왔다.

주씨는 농토도 없고 건강이 나빠 생활이 어려웠으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차상위계층으로 지정받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주씨 부부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전기료와 전화세를 밀렸으며, 전기료를 낼 형편이 안되자 한 달 여 전부터 전등 대신 촛불을 사용하며 별다른 난방도 없이 침대에서 외손자와 함께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새벽에 손자가 소변을 보고 싶어해 잠시 촛불을 켰다가 끄지 않은 것 같다"는 주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