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부산의 한 대학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를 맡은 총학 집행부가 투표함을 통째로 바꿔치기하는 등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27일 부산 A대학에 따르면, 지난 21일 치러진 이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현 총학 집행부 출신들로 구성된 B팀이 부정선거로 경쟁 후보 2개팀을 누르고 차기 총학생회 정·부회장으로 당선됐다.
재적 인원 8309명 중 3382명(40.7%)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B팀은 과반수에 가까운 1625표(48%)를 얻어 나머지 2개팀을 합산한 득표 수(1580표)보다 많은 표로 여유있게 당선됐다.
선거관리는 현 총학생회 집행부가, 선거관리위원장은 부총학생회장이 맡았다.
하지만 선거 전 학내 여론 등을 감안할 때 약세로 분류되던 B 팀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되자 학내에서는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한 학생이 투표를 마치고 촬영한 '인증샷'에 찍힌 투표함과 투표가 끝나고 개표소로 수거해온 해당 투표함의 모습이 미세하게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교수 2명, 직원 2명, 학생 2명 등 학생들과 대학측이 공동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 확인에 나섰고, 선관위 측이 차량을 이용해 투표함을 수거해 오는 과정에서 해당 투표함이 있는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실어 개표소로 곧바로 이동하지 않고 다른 건물에 한동안 머물렀다 이동한 사실이 대학 내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확인됐다.
또 선관위측이 관할 구 선관위에서 투표함을 대여하는 과정에서 실제 투표에 사용된 9개의 투표함 외에 1개의 투표함을 추가로 빌려 선거 다음날 몰래 반납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로 인해 부정선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현 총학 정·부학생회장은 결국 자신들이 투표함을 옮기는 과정에서 B팀에 기표한 투표지로 상당 부분을 채운 1697표짜리 투표함을 바꿔치기했다며 부정선거를 시인했다.
이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선거 과정에서 현 총학 집행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 난무해 아끼는 후배들의 당선이 힘들 것 같아 부정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정상 투표함에 들어있던 학생들이 기표한 투표지는 개표 다음날 바닷가에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위는 이들이 바꿔치기한 투표함의 투표지 숫자가 실제 투표지 수에 근접한 점으로 미뤄 추가 연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는 한편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들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