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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콜센터 여직원 상습 성희롱시 형사처벌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콜센터 직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상습 언어폭력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권 콜센터에 성희롱이나 욕설 전화를 자주 하는 고객은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은행연합회는 9일 `콜센터 성희롱 대응 가이드라인'을 처음 만들어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내달부터 사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은행마다 콜센터 매뉴얼이 있지만 콜센터 직원의 절반 이상이 용역업체 소속이라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가하는 고객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조치다.

금융감독원이 민원인 성희롱 전화에 적극 대처하도록 요구한 점도 이번 지침 마련에 영향을 미쳤다.

콜센터 상담원은 대부분 20~30대 여성이어서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저지르는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는 `피해자'인 상담원들 대부분이 금융사 정직원이 아니라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계약직 직원이라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고, 은행 또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고객에게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악성 고객이 콜센터 직원을 상대로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사례가 늘어 은행권 전체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처음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침을 보면 콜센터에 전화한 고객이 성희롱을 포함한 언어폭력을 행사하면 `고객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경고를 세 차례 한다.

그래도 계속하면 자동응답기(ARS)로 넘어가 `오늘은 더는 콜센터 이용이 불가능하오니 다음 기회에 다시 이용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이런 경고에도 언어폭력을 계속 하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우편으로 발송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성희롱을 당한 상담원이 전화를 끊으면 고객이 다시 전화해 전화를 끊은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예도 있다"며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상담원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수단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피해 직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관리자에게 보고조차 안 하는 사례가 더 많다"며 "성희롱에 엄정하게 대처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와 카드사도 최근 성희롱 전화 대응을 강화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성희롱 등 짓궂은 전화를 하는 고객에게 `고객님 욕하지 말아 주세요. 계속 사용하시면 저와 상담이 어렵습니다'라는 요청을 하고서 `통화 가능자가 연락 드리겠다'고 안내한 뒤 통화를 끊는다.

이어 팀장과 민원 담당 직원은 억지 주장 여부를 따지고 나서 악성 고객의 전화를 차단한다. 해당 콜센터 직원에게는 심리 치료 등의 시간을 준다.

현대해상과 현대카드는 성희롱 전화를 계속하면 상담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한 뒤 형사 처벌 등을 경고하고서 전화를 끊는다.

신한카드는 성희롱 등 악성 고객을 콜센터 블랙리스트로 등록하고 별도 전담 직원에게 연결한다. 여직원 응대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남자 직원에게 연결되도록 조치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콜센터에 전화해 성희롱 등 언어폭력으로 여직원을 괴롭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고객 서비스를 최선으로 하는 금융사이지만 이런 악성 고객은 엄히 대처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자 요즘 추세"라고 전했다.

금융사 콜센터 직원에 대한 성희롱 신고는 2009년 29건, 2010년 49건, 2011년 56건이었으며 작년에는 100건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소극적인 대응 탓에 성희롱 고객을 고발하는 등 실제 법적 대응으로 이어진 사례는 지난 4년간 10건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