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최근 엔화 약세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 등이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엔화 환율이 코스피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들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1일 LIG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70년부터 올해 1월까지 엔·달러환율과 코스피 지수 상관계수가 -0.79로 나타난 가운데, 1993년부터 올 1월까지 최근 20년을 살펴보면 상관계수는 -0.69, 2005년부터 이달까지 최근 8년간은 -0.55로 낮아졌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에는 이 지수가 각각 0.74와 0.39로 나타났다.
상관 계수는 엔·달러 환율과 코스피 간의 관계를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1∼1 사이에서 움직인다.
계수가 0에 가까우면 서로 관계가 전혀 없으며, 1에 가까우면 엔화 약세 시 코스피 상승, -1에 가까우면 엔화 강세 시 코스피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부터 현재까지 상관 계수를 분석하면, 엔화가 강세일 때 코스피는 상승하고 엔화가 약세일 때는 코스피는 하락했지만, 엔화 환율이 코스피에 주는 영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에는 엔화가 약세일 때 오히려 코스피가 상승하기도 했다.
LIG투자증권 지기호 투자전략센터장은 이에 대해 "엔화 약세는 국내 주식시장을 조정국면으로 반전시키는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라 주식시장 결과에 따라 악재, 호재를 해석할 데 이용하는 변수로 쓰여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엔·달러 환율 변수보다는 원화가 엔화보다 강할 때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국면이었다"면서 "세계 경기 회복으로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원화가 강세일 때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엔화 환율이 주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세계 경기가 오히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 유승민 연구원은 달러와 비교해 원화와 엔화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나타낸 지난 2005∼2007년에 엔화 가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엔화는 달러 대비 16% 절하됐지만, 원화는 달러 대비 6% 절상되면서 현재와 같은 엔화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는 세계 경기 호전에 힘입어 무려 74%나 상승했다.
전 세계에 투자하는 대형 펀드들의 주요 운용 기준으로 활용되는 MSCI 한국 지수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 대표 주식 100개가량이 등록돼 있다. 이 지수에 포함된 상장사는 코스피 시가 총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MSCI 한국 지수는 코스피 지수와 거의 같이 움직인다.
유 연구원은 "달러화 대비 한국과 같은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였던 구간은 대체로 세계 경기가 좋았다"면서 "따라서 원화 강세가 수출 기업의 이윤에 부정적이라는 우려에도 주식시장은 상승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환율이 수출주의 영업이익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코스피 등 전체 지수 움직임에는 세계 경기 회복과 기업의 기초 체력 등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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