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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도미노 적자·자본잠식… 상장폐지·구조조정 우려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작년 주택건설 경기 침체로 일부 중소형 건설사들이 대규모 적자와 자본잠식에 빠졌다.

일부 건설사 주식은 상장폐지로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고, 대주주인 모기업도 실적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결산 실적을 발표한 일부 중소 건설사들이 적자와 자본잠식으로 상장 폐지 대상에 오르면서 새해부터 건설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또 추가 구조조정 그룹이나 건설사가 나오지 나올까 하는 우려가 건설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것'처럼 채권단이 어려울 때 야박하게 군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반면, 채권단은 대주주의 고통 분담을 강조하고 있어 건설사의 어려움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13일 산업계와 금융·증권업계에 따르면, 건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퇴출 공포가 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한일건설은 작년에 29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자본잠식률이 109.5%에 달해 자본금이 전액 잠식됐다.

한일건설은 상장폐지 대상에 올라 2012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올해 3월 말까지 자본잠식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정상 상장기업인 쌍용건설도 2011년 1570억원 순손실에 이어 작년에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내 자본전액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년 연속 적자를 낸 쌍용건설도 상장폐지과 워크아웃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쌍용건설도 다음 달 말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돼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두산건설의 당기순손실도 2011년 2934억원에서 작년 6148억원으로 커졌다.

역시 정상기업인 경남기업도 작년에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전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작년에 2년째 워크아웃 중이던 중앙건설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됐다. 중앙건설은 주가 수준이 61거래일 넘게 액면가의 100분의 20 미만 상태를 유지해 작년 말 상장폐지됐다.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신성건설과 씨앤우방, 서광건설산업, 성원건설, 풍림산업, 중앙건설 등 6개 상장 건설사가 상장폐지됐다고 밝혔다.

일부 건설사들의 순이익은 반토막 났다.

이테크건설의 순이익은 88억원으로 전년보다 41.2% 감소했다. 계룡건설과 신세계건설 순이익은 각각 25억8000만원, 1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3.2%, 63.6% 급감했다.

대다수 건설사들의 실적이 급감하거나 적자로 돌아선 것은 미분양 주택을 할인 판매해 손해를 보거나 미래 손실로 보고 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사 부채비율이 2005~2006년 150% 내외에서 2011~2011년 기준 170%선을 넘어섰다"며 "일부 건설사들은 올해 만기가 집중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회사채 상환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건설업 침체로 6개 건설사가 주식시장에서 퇴출됐다.

건설사 경영난으로 대주주인 모기업 경영이 악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일건설 지분 50.5%를 보유한 대주주 한일시멘트는 작년에 718억원 당기순손실을 내 증시 상장 44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한일시멘트는 1969년 45번째로 증시에 상장한 굴뚝기업으로, 상장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무(無)적자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두산건설 경영 악화로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과 오너 일가는 유상증자 등 총 1조원의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작년 두산중공업의 당기순이익은 147억원으로 94.4% 급감했다.

그러나 일부 건설사들은 지원방안을 놓고 대주주와 채권단 간 갈등으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속에 대주주들이 회생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 채권단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한일건설의 정상화는 대주주와 채권단 간 갈등으로 가시밭길이다. 대주주인 한일시멘트 측은 이미 몇 차례 지원을 한 상황에서 모기업이 적자가 난 처지에 추가 유상증자 등 지원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채권단은 대주주 지원 없이 정상화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정상기업인 쌍용건설의 경우 증자를 통한 매각 작업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38.7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원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을 겪고 있다.

업계와 금융권은 쌍용건설이 상장폐지를 모면하고 정상화하기 위해선 대주주인 캠코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인수 등 700억원 지원에 나서고 채권단이 13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원에 실패하면 2004년 10월에 졸업한 쌍용건설은 다시 워크아웃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등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영이 이달 22일 시한이 끝나면 쌍용건설 대주주는 현 운영주체인 캠코에서 정부(금융위원회)로 바뀐다.

정부는 채권금융회사들과 지분 맞교환 등을 통해 쌍용건설 지분을 덜어내 대주주 지위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쌍용건설 정상화 작업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도 갈수록 영업하기가 어려워져 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주주들도 책임을 지고 부실 계열사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들이 건설사 회생을 위한 지원방안과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으로 건설사들이 추가 부실에 빠졌다"며 ▲건설기업 경영진에 대한 부실 책임 추궁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이자율 우대와 출자전환을 통한 지원 방안 마련 ▲정부 차원의 기업회생 정책 수립과 이해관계 조정 ▲기업회생 위한 법·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공공건설 등 수주액이 급감했고 주택경기 침체 심화로 대다수 건설사의 경영이 나빠졌다"며 "대형사들은 견딜 만 하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은 대주주와 채권단 도움 없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건설사 위기는 예견됐다. 작년 건설사들의 국내 수주액은 전년보다 8.3% 감소한 101조561억원으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경기 침체 심화로 전국에 쌓인 미분양주택은 작년 말 기준 7만4835가구에 달했다.

건설사들은 시공능력상위 100대 건설사 중에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는 현재 20곳이지만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해 할인 분양 등에 나서거나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 이익이 감소했다"며 "올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일부 기업은 정상 영업활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