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석달새 5배로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상승한 것은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그만큼 낮아져 채권 발행 때 이자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로, 일본의 엔저 공세가 원인이다.
2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평채 2019년물 가산금리는 122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11월 말(25bp)보다 4.9배로 급등했다.
외평채는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의 채권 수익률을 보여준다. 보통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인다.
가산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공급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며 신뢰도가 급격히 개선된 영향으로 지난해 1월 말 144bp에서 계속 낮아져 지난해 11월 말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일본이 무한 유동성공급 정책을 펼친 이후 지난해 12월 말 35bp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월 말 124bp로 급등했고 지난달 120bp선을 유지했다.
일본의 엔저 공세에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데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며 북한 리스크(위험)가 커지면서 신인도가 떨어져 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일본의 엔저 공세로 약 5개월간 이어진 한국과 일본 부도지표의 역전 현상도 해소됐다.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0월 이후 일본보다 낮아졌으나 이달 초 다시 역전됐다. 19일 현재 한국 CDS프리미엄은 67.5bp, 일본은 66.6bp이다.
일본의 엔저 공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해외채권 발행 여건이 계속 악화돼 한국 정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칫 신용경색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최근 달러당 원화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다소나마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일본 엔·달러 환율은 19일 달러당 95.16엔으로 올해 들어 9.7%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원·달러 환율은 4.2% 올랐다.
문홍철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존의 과도한 우려는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일본이 양적완화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엔화 약세로 타격을 받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