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신흥경제대국 브릭스(BRICS)판 세계은행 '브릭스 개발은행' 출범이 정상회의에서 기대와 달리 실현되지 않았지만, 설립에는 합의가 이뤄져 공식 논의에 착수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7일(현지시간) 폐막한 제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순회의장인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정상들이 "새 개발은행 설립에 합의했다"면서도 "설립을 위한 공식 협상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발은행은 우리 스스로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및 남아공 등 5개 회원국이 앞으로 5년 동안 4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인프라 건설 수요가 있는 것으로 덧붙였다. 주마 대통령은 개발은행이 또 다른 신흥경제국가와 개발도상국에도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언급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자본금 500억달러 규모의 브릭스 개발은행이 출범할 것이라는 기대와 어긋나는 것이어서, 지난 26일 브릭스 재무장관에서 노출된 자본금 규모와 출연 규모 및 은행 운영 원칙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주마 대통령은 오는 9월에 있을 회의에서 개발은행 문제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브릭스 정상회의가 오는 2014년 브라질에서 열리지만, 오는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다시 만나기로 한 것.
이와 함께 주마 대통령은 외환준비 풀 문제와 관련, 1000억달러 규모의 외환준비 풀(CAR)은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이라며 CAR 설립을 위해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계속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했다. 아울러 이 문제도 오는 9월 회의에서 다시 거론될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의에서는 또 미국과 유럽을 거치는 통신망에 의존하지 않는 브릭스 독자적인 통신망을 설치하자는 취지에서 회원국을 잇는 2만8400㎞ 규모의 광통신망을 설치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한편, 지난 2009년 브릭스 출범 이래 아프리카에서 처음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모두 참석했다.
특히 시 주석은 국가주석 취임 후 러시아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탄자니아, 남아공 방문 과정에서 중국과 아프리카간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