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막대한 돈을 들여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1대주주가 되는 대신 차익을 실현해 당장의 이득을 챙기는 실리를 선택했다.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골드만삭스의 보통주 4억3500만주를 주당 115달러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와 관련해 새로운 합의를 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버핏이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면서 받은 워런트(주식매입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대신 평가차액만큼 주식으로 받기로 한 것.
당시 버핏은 지원 대가로 10%의 이자, 즉 5억 달러를 해마다 받기로 하고 5년 후에 주당 115달러에 골드만삭스의 주식 4350만주를 취득할 수 있는 워런트도 확보한 바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오는 10월 워런트 행사 만료를 앞두고 이뤄진 합의에서 50억 달러를 회사에 내고 4억3500만주 전량을 인수하는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대신 워런트 행사가격(115 달러)과 시가(2013년 10월1일 직전 10거래일 평균주가)의 차액에 권리수량(4억3500만주)을 곱한 금액만큼의 주식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하기로 했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146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올해 10월까지 골드만삭스 주가가 행사가격을 웃돌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번에 합의된 수량만큼의 주식을 인수한 뒤 시장에서 처분해 행사가격과 시가와의 차액만큼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캐피털 IQ에 따르면, 버핏이 평가 차액을 주식으로 받으면 2%의 지분을 확보해 기존 지분과 합쳐 지분을 9%까지 늘리면서 골드만삭스의 8번째 대주주가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버핏은 50억 달러를 투자해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보다 '거의' 확보된 거나 마찬가지인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선택을 한 것.
이번 거래는 투자의 귀재라는 버핏의 명성에 또 하나의 사례를 보태줄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은 "50년 전 내 첫 주식 거래를 담당했던 골드만삭스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으며 골드만삭스는 "버크셔해서웨이가 회사의 장기 투자자로 남기를 바라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