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일본 엔화 약세로 '달러당 100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엔저가 일본의 경제 문제 해결에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일본의 엔화 가치가 계속 내려가 달러당 100엔이 돼도 일본 경제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할수록 한국, 대만 등 경쟁국에 대한 일본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커지기 때문에 일본 수출 업체의 이익은 늘어난다.
하지만 5년 전에도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100엔에 달했지만, 당시 엔화 가치의 하락이 일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지 않았다면서 엔화의 가치 하락이 일본 기업을 돕는데 한계가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WSJ는 엔화의 가치 하락에 따른 효과는 경쟁국보다 높은 일본의 임금 등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상쇄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제조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한국 등 경쟁국보다 상당히 높다.
또 엔화 가치 하락이 혁신에 대한 일본 전자업체의 경쟁력을 높이지도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일본 기업들이 최근 수년 동안 엔화 강세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생산기지를 중국 등 인건비가 싼 국가나 주요 시장인 미국 등으로 이전한 것도 엔저 효과의 영향을 축소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미국에서 팔리는 일본 자동차의 70% 정도가 현지에서 만들어지고, 멕시코에서도 많은 일본 자동차가 생산된다.
거래 대부분을 달러나 다른 주요 통화로 결제하는 기업들은 엔화 환율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엔화의 가치 하락이 일본의 수출을 늘리지도 못하고 있다.
일본의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줄었는데,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이 있지만 엔저가 수출에 절대적은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엔화 약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먼저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제조업체의 원자재 및 에너지 수입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일본은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외국산 화석 연료의 의존도가 더 커진 상태여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WSJ는 그러면서 일본 증시의 닛케이 지수가 엔화 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말 이후 48% 상승했지만 일본이 이같은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수익 성장, 국내 이윤 확대, 경쟁력 향상 등에 필요한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