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납품비리가 끝이 없다. 고구마처럼 파면 팔수록 또 나와 썩을 대로 썩어 있는 원전당국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는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의 수사결과에서 고리원전에 엉터리 부품을 납품했다가 몰래 빼내 재납품해 22억원을 챙긴 사실이 발표됐다.
특히 한 납품업체는 부품 개발이나 제조 능력이 없는데도 우수업체로 선정돼 연구개발비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고리원전은 물론 영광원전에도 대거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리원전의 납품비리는 부품 빼돌리기와 위조 시험성적서 사용, 부정 낙찰 등 세 가지 수법으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납품비리를 위해 약 200건의 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김욱준 부장검사)는 고리원전 납품비리와 관련해 신모(46·구속) 전 고리원전 과장과 임모(49) 과장, 납품 업체 대표 등 13명을 구속(4명) 또는 불구속 기소(9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신씨는 납품업체인 K사 대표 이모(60·여)씨와 짜고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약 2년 동안 고리원전 3∼4호기에 납품했던 저압 터빈 밸브(수증기 유입 조절) 12대를 수리 또는 성능검사 명목으로 빼돌린 뒤 9대를 재포장하거나 그대로 재납품, 22억5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이에 앞서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제조설비도 없는 K사를 국산화 업체로 선정되도록 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협력연구개발비 1억6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납품된 부품은 국내 중견기업인 P사가 제조했고 P사는 재납품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또 H사 대표 황모(55·구속)씨와 공모해 2008년 1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고리원전 3∼4호기에 납품했던 재킹 오일 펌프(터빈에 오일 공급) 5대를 수리 명목 등으로 빼돌려 재납품하고 불량 펌프 11대를 수리도 하지 않고 재납품해 4억75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고리원전 과장인 임씨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1년 7월까지 황씨로부터 인수검사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15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H사가 납품한 재킹 오일 펌프 17대는 모두 아예 사용하지 못할만큼 불량상태가 심각한 제품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원자로 냉각제 펌프의 임펠러나 순환수 펌프 등에 대한 시험 성적서 193부를 위조해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에 41차례 납품, 160억1600만원을 챙긴 E사와 F사 임직원 4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적발된 납품업체 2곳은 기존 제품이나 다른 제품의 시험성적서에 날짜나 제품명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뒤 160억원이 넘는 납품대금을 챙긴 것.
검찰은 이와 함께 지역제한 규정을 피하려고 고리원전 근처에 유령 회사를 만들어 가짜 사무실을 낸 뒤 입찰에 참가해 433차례에 걸쳐 186억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한 혐의(입찰방해)로 G사와 H사 임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적발됐고 검찰이 추가 수사를 벌여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