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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최초 SI업체 입찰담합 사례로 남은 LG CNS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12일 대법원은 LG CNS가 2009년 4월 서울시 주요 도로 교통관리시스템(ITS)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부과받은 과징금 17억1600만원이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소송을 기각했다. 이 사건이 국내 최초의 SI(시스템통합)업체에 대한 입찰담합적발 및 시정조치사건으로 건설을 비롯해 공공사업 전반에 암암리에 퍼져있는 입찰 담합에 경종을 울리기를 기대한다.

우선 입찰담합이 확정된 상황에서 부정당업체 제재처분이 즉각 집행돼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박원순 시장이 직접 '대형 건설공사 입찰 및 계약 관행 4대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불공정 입찰·담합 행위로 적발된 업체를 서울시 사업 입찰에서 제외하는 기간도 현재의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신속한 부정당업체 제재처분뿐만 아니라 담합정황을 방기한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처분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입찰제한을 6개월에서 2개월로 감형한 것처럼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담합에 가담한 두 업체의 설계도서 일부분이 거의 유사하고 투찰금액 차이도 없지만, 발주기관 담당공무원들은 담합징후를 전혀 포착하지 않은 채 실시설계적격자 결정(낙찰)을 강행했다. 이번 사건은 입찰결과 1위와 2위 업체간의 투찰가격 차이가 0.1%에 불과한 '들러리 입찰' 의혹이 매우 강했던 사건이다. 246억원의 추정가격에 LG CNS는 245억2600만원, GS네오텍은 245억5000만원으로 투찰했다. 미리 입찰가격을 공유하고 들러리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가격 차이인 것이다. 4대강 등 이명박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에서 밝혀진 입찰담합에 발주기관 공무원들이 유착된 것으로 속속 들어나고 있음으로 보건대, 입찰담합은 발주업무 공무원들의 묵인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앙정부와 입법부는 재정낭비와 부패를 유발시키는 턴키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턴키제도는 이번 LG CNS사건과 4대강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도입취지와 다르게 운영되어 부패발생의 근원이 되어 있다. 감사원, 부패방지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형식적으로 턴키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 근본적 문제해결방안은 애써 모른체 해왔다. 차선책으로 서울시는 지난해 원칙적으로 턴키발주를 금지하고, 불가피할 경우 가중치 방식이 아닌 '설계적합 최저가방식'(Pass of Fail)으로 적용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공정한 경쟁활성화를 유도해 시장경제의 신뢰성을 키워야 할 공정위가, 입찰담합징후시스템을 가동했다고 큰 소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입찰담합이 만연한 대형건설공사에 대해서는 거의 적발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또한 서울시(시민감사 옴부즈만)의 담합징후 신고가 있은 이후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진 것이기에, 공정위가 본연의 의무를 다해왔는지 의문이 든다.

대법원의 대기업에 대한 담합판결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사법부가 유독 대기업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이나 선고연기를 남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이번 사건 또한 당초 2011년 10월13일 선고기일이 아무런 이유없이 연기되어 거의 20개월이나 지나서야 선고가 이뤄졌다. 선고가 연기된 20개월동안 원·피고간의 법리공방 등은 전혀 없었다.

이처럼 대법원의 담합판결이 지연되는 동안, 지난 5월10일 서울시는 455억원 규모의 제2기 교통카드시스템을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ITS담합을 저지른 LG CNS를 또다시 최종 선정하고, 22일 계약을 완료했다. 2010년 7월2일 주요 도로 교통관리시스템(ITS) 공사 입찰담합이 있었다는 공정위의 심결이 있었고, 이후 2011년 2월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담합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LG CNS를 제2기 교통시스템 구축사업의 계약자로 선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LG CNS 담합사건의 후속조치가 그간 서울시가 천명한대로 집행되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