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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 조사해달라"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2009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CP 매입 및 상표권사용료 지급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을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9월30일 아시아나항공에 공문을 보내 위 거래의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해당 여부 및 공시의무 위반 등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구두로 2009년 4분기에 매입한 금호산업 CP는 12월에 모두 매입한 것으로 한 건의 거래가 아닌 여러 건의 거래 합산이 790억원에 달하는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상 공시의무가 부과되지 않으며, 특별히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볼 정도의 거래는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또, 상표권사용료 지급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금호산업이 상표권자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을 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아시아나항공 측에 2009년 12월 당시 금호산업 CP 매입 및 상표권사용료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추가 요청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간 내 답변을 회피함으로써 부득이하게 공정위에 조사요청을 하게 됐다.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입수한 2009년 12월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CP 매입현황 자료를 보면, 금호산업은 2009년 12월 한 달 동안 무려 16차례, 총 2682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했고, 이를 아시아나항공, 아스항공㈜, 대한통운㈜, 금호피앤비화학㈜, 금호석유화학㈜, 금호리조트㈜, 금호렌터카㈜ 등의 계열사들이 35차례의 거래를 통해 모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2009년 12월30일 다음 날에도 455억원 가량의 CP를 발행했는데, 이를 아시아나항공(90억원), 대한통운㈜(90억원), 금호피앤비화학㈜(90억원), 금호석유화학㈜(95억원), 금호리조트(90억원) 등이 인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워크아웃 신청으로 금호산업 부실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채무불이행 위험을 무릅쓰고 계열사를 지원한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되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법상 배임의 소지도 있다.

문제는, 당시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의 이사와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계열사 지원행위가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이다. 즉, 당시 박삼구 회장은 누구보다 금호산업의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12월 내내 계열사들이 금호산업의 CP를 매입했다면 이는 계열사 자체적인 결정이라기보다는 박삼구 회장 내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의 전략경영본부의 지시에 따른 이른바 '부실 돌려막기'였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워크아웃 신청 다음 날에도 CP가 발행되었는데, 당시 금호산업은 외부자금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계열사들이 CP를 인수한 것 자체가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볼 수 있다.

상표권사용료 지급과 관련한 경제개혁연대의 의혹제기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미 상표권사용료를 지급해오고 있었는데, 최근 증액되면서 부득이하게 공시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허청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표등록원부를 보면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상표권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상표권사용료를 지급받지 않고 있다.

즉, 아시아나항공이 상표권사용료를 지급할 경우 금호산업뿐만 아니라 금호석유화학 측에도 지급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에 대해서만 올해 6월말 기준으로 96억원의 상표권사용료를 지급한 것이다. 상표권사용료를 가장한 계열사 부당지원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CP 매입과 상표권사용료 지급 등은 당시 부도위기에 직면한 금호산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박삼구 회장 또는 그룹 전략경영본부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계열사 부당지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면서까지 한계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은 것으로, 그룹 전체의 동반부실 가능성 증가는 물론이고 계열사 지원으로 대기업이 존속함에 따라 생존가능한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 경쟁질서 왜곡을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