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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양 사태 재발방지 위해 금융감독체계 개편해야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동양그룹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CP에 투자한 5만명 개인투자자의 천문학적 피해가 확인되면서 동양그룹 총수일가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금융 감독당국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독당국의 조사 및 검찰의 수사를 통해 동양그룹 경영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함으로 물론,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감독당국의 직무유기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저축은행 사태, LIG건설 사태에 이에 이번 동양그룹 사태에 이르기까지 개인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는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은 관련 법제도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함으로써 유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의 입법적 노력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과제로서 금융감독체계 법제도 개선 노력을 지적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동양그룹 사태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가졌던 의문은, 도대체 감독당국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동양그룹의 재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또한 채권단의 구조조정 압력을 피하기 위해 동양그룹이 은행여신을 회사채·CP 등의 유가증권으로 대체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비밀이 아니었다.

이에 감독당국 역시 작년 말 이래 투기등급의 회사채를 계열금융회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만기 1년 이상의 CP 발행 시 유가증권신고서를 등록하도록 하는 등의 규제강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드러났듯이, 감독당국은 강화된 규제조치의 시행시기를 늦췄고, 동양증권의 MOU 이행 실적에 대한 점검 및 시정조치를 제때에 시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몇 개월 사이에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금융감독 기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기능 사이에는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 또는 채무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뒷전으로 미루고 금융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방치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는 그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충돌하는 두 기능을 분리하여 별개의 기구에서 독립적으로 담당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금 확인됐고, 이는 2008년 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흐름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감독체계 개편 TF'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고,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일명 금융소비자보호원)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큰 틀은 정리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 금융소비자보호원에 충분한 권한과 수단을 부여함으로써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현재의 금융감독원을 두 개의 기구로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두 기구가 모두 금융위원회의 지시·감독을 받는 구조 하에서 과연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충실히 수행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금융감독과 금융정책이라는 충돌하는 두 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고, 그 결과 금융정책적 목적을 위해 금융감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금융감독원 못지않게 금융위원회도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과 금융정책의 분리는 정부조직법의 개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한 논의를 아예 배제해 왔고, 이것이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의 합리적 개편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의 실패는 미시적으로는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거시적으로는 금융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체계의 합리적 개편을 위해서는 그 어떤 금기도 용인될 수 없다. 우리의 현실에서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간의 충돌, '금융감독과 금융정책' 간의 충돌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금융감독체계의 확립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진지하게 논의하고 건설적 결론을 내려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