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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극본 이경희, 연출 김진원) 16회 분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술을 마시고 처연하게 눈물을 흘리는 차해원(김희선)의 모습이 그려졌다. 복수를 꿈꾸며 억척스러운 면모를 드러내던 차해원의 여리고 안타까운 속내에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극중 차해원은 갑작스럽게 걸려온 오치수(고인범)의 전화를 받고 만나러 갔던 상황. 오치수는 차해원의 아버지가 빌려갔다는 10억짜리 차용증서를 보여주며 음흉스런 본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차용증서를 보고 당황한 차해원은 “우리 아빠가 그 돈을 빌리셨으몬 우리 아빠 사업이 그렇게 허망하게 망하지는...”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던 터. 하지만 오치수는 “진작에 니가 내 말 듣고 우리 승훈이하고 정리를 했으몬 이 차용증서는 쓰레기통에다 조용히 버렸을끼다”라고 잘못을 차해원에게 돌리고는 “남아 있는 재산은 전부 가압류 댈끼다”라고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오치수의 날 서린 통보에 차해원은 외마디 소리를 질렀지만 오치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천처히 하나씩 보이주꾸마. 내 말을 안 들으몬 어떤 끔찍한 결과가 생기는지”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오치수로부터 뜻밖의 협박을 받은 차해원은 자신이 꿈꿨던 복수가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렀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던 상태. 차해원은 소주를 병째로 들이 마시며 어릴 적 아빠와 함께 불렀던 노래 ‘아빠와 크레파스’를 술에 취한 채 처연한 목소리로 불러냈다.
그리고 만취한 차해원은 공원 벤치에 벌렁 누워 하늘을 향해 “잘 지내나? 아빠? 해워이도 완전 잘 지낸다! 아, 우리 아빠랑 소주 한 잔 해야 대는데...”라며 애끊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옛날에는 꿈속에도 잘 비더만 요새는 와 나타나지도 않노? 삐낏나? 아, 혹시 밀땅? 딸래미랑 밀땅이나 하고...”이라는 말과 함께 조용한 눈물을 흘려내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라는 일념 하에 억척스럽게 달려온 차해원이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 김희선은 그렁그렁 눈물을 담은 눈망울에서 곧바로 눈물을 뚝뚝 떨구며 애잔함을 드러냈다.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설킨, 김희선의 내면연기가 ‘차해원’이라는 인물을 오롯이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감정을 이끌어냈다.
시청자들은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발휘한 김희선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는 상황. 시청자들은 “김희선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됐네요. 보면 볼수록 김희선=차해원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네요” “김희선 정말 대단하다! 팔색조 연기라는 건 바로 김희선을 두고 하는 말 일듯!” “어제는 김희선 때문에 크게 웃고, 오늘은 김희선 때문에 눈물 흘리고...이런 보물 같은 배우라니!!”라며 열화와 같은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날 방송에서 김희선은 자신 때문에 사고를 당한 한부장(최홍일)에게 찾아가 감사인사와 함께 다시 한 번 복수를 다짐하는 다부진 모습부터 가압류 된 사실을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엄마 명순(노경주)과 언니 해주(진경)에게 알리는 모습, 사랑하는 동석(이서진)이 쳐다보는 앞에서도 복수를 위해 승훈(박주형)을 껴안는 매몰찬 모습까지 입체적인 인물 차해원을 자연스럽게 표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