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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물가 장기화…일본식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보다 더 낮은 수준을 지속해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 전문가 3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1.4%는 "한국이 일본의 장기 불황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경제연구소들도 한국이 일본의 경로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저물가, 저성장,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과정에서 나타났던 모습이 한국 경제에서 보이고 있다” 고 일본식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의 저물가는 굳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21개월 연속 1%대다. 정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8%다.

성장률은 과거 일본보다 좋지만 추세는 비슷하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1990년대 평균 6%대였지만 2000년대 들어 평균 3%대로 낮아졌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4∼3.9% 정도다.  

3%대 성장률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성장률 추세가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과 비슷한 궤적을 나타내고 있으며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재부는 경기에 대해 "회복세가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도 과거 일본과 유사하다. 한국의 내수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침체 속도가 더 빠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비중은 1996년 99.7%를 기록한 이후 2013년 74.3%로 계속 떨어졌다.

2013년 독일과 미국, 일본의 내수 비중은 각각 73.8%, 87.1%, 79.4%였다. 연구원은 "한국 내수 비중이 독일보다 조금 높지만 위축 속도는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소비 비중은 2000년 55.7%에서 2013년 50.6%로, 같은 기간의 투자 비중은 30.8%에서 24.6%로 각각 내려갔다.

기재부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 개선세가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고령화, 부채 부담 등 소비 부진의 원인도 일본과 비슷하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아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히 커졌다"면서 "수요 부족 등으로 저물가가 유발됐다는 점에서 (한국이) 절반 이상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