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실질적 타결이 선언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은 아세안과의 FTA를 보완해 개방 수준을 높인 '보완형 FTA'로 평가된다.
2007년 발효된 아세안과의 FTA에서 베트남의 개방수준이 일본에 비해 낮았던 우리나라는 이번 FTA를 통해 자유화율을 일본-베트남 경제협력협정(EPA)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일본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베트남은 이번 FTA를 통해 베트남의 자유화율을 2012년 수입액 기준 92.2%로 합의했다.
한-아세안 FTA에 따라 베트남은 한국 수입액의 86.2%를 양허했었는데 이를 6%포인트 끌어올린 셈이다.
이런 자유화율 인상의 배경엔 베트남 시장에서 일본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업계의 보완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은 일본과 2009년 EPA를 발효시켰는데 이 EPA에서 일본에 대한 베트남의 자유화율이 90.1%에 달해 우리를 앞질렀던 것이다.
이로 인해 베트남 수출업체나 현지 진출 업체들은 베트남 현지시장에서 일본 기업보다 경쟁력이 불리하다며 베트남과의 FTA를 맺어 시장을 추가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한-베트남 FTA에서는 베트남의 자유화율이 일-베트남 EPA의 자유화율보다 2.1%포인트 높아져 베트남 시장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유리해졌다.
실제로 양국은 그동안 9차에 걸친 협상에서 한-아세안 FTA에서 개방되지 않았던 품목을 추가 자유화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해왔다.
품목 수 기준으로는 한-아세안 FTA에서 87%였던 자유화율이 89.2%(상품 200개 추가 개방)로 올랐다. 특히 한-아세안 FTA에서는 개방하지 않았던 승용차(3천㏄ 이상), 화물차(5∼20t), 자동차 부품, 화장품, 화장용품, 생활가전(냉장고·세탁기·전기밥솥) 등이 개방됐다.
이번 FTA 타결 결과 우리나라의 수입액 기준 자유화율은 한-아세안 FTA의 91.7%보다 3% 포인트(1억7000만 달러) 높은 94.7%로 올랐고, 여기에 새우에 대해 최대 1만5000t(1억4000만 달러)까지 무관세 대우를 부여키로 했다.
또 한-베트남 FTA는 자동차 부품이나 섬유 등 우리 중소기업의 품목을 다수 개방해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도모하는 '친(親) 중소기업형 FTA'로 평가된다.
베트남은 우리 기업의 핵심적인 조립·가공단지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로, 대(對)베트남 수출에서 현지 투자기업을 위한 소재·부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태다.
따라서 이번 FTA로 자동차 부품, 합성수지, 편직물, 아연도강판 등 주요 소재·부품의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우리 중소기업들의 수출 확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베트남은 저부가가치형 공산품, 우리는 고부가가치형 공산품을 주력생산하고 농수산물 분야에서도 상호 보완할 점이 많아 상호 이익이 되는 '상생형 FTA'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베트남에 대한 우리 투자규모가 상당한 수준인데다 베트남은 한국을 주요 경제협력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