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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과 변화의 한해를 기대한다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왔다. 새해를 맞는 심정이 더욱 각별하고 기대가 크다. 그만큼 저무는 2014년 갑오년(甲午年)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힘들고 길게 느껴졌던 한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방이 신록으로 물들어가던 4월 들뜬 가슴으로 수학여행길에 나섰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세월호 집단참사는 모든 것이 얼어붙는 한겨울까지 온 나라의 시계를 멈춰서게 했다. 새해는 모두 다시 일어서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분열과 갈등을 사회통합으로 바꿔놓아야 하며, 피할 수 없는 숙제와도 같은 쇄신과제들을 기필코 완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힘들게 하는,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다시 살려 경제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박동하게 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않다.

새해는 쇄신의 새로운 기운이 온나라에 넘쳐나야 한다. 한해 유난히 어둡고 좁은 터널을 힘겹게 헤쳐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는 무겁고 뒤틀린 과거의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정치는 물론 경제와 사회 각부문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의 전진을 가로막는 정체의 낡은 옷과 구태의 굴레를 벗어던져야 한다. 과거의 익숙한 틀에 안주해서는, 나라 곳곳에 남아있는 왜곡과 비효율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무한경쟁의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설 자리는 없다. 그러기위해서는 먼저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그 동력을 제공하고 의지를 밀고가는 것은 청와대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문건파문으로 삭감된 국정동력을 다시 살리기위해서는 먼저 청와대부터 달라진 모습을 내보여야 하고 정부여당의 쇄신의지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라는 받침대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해를 넘기게된 김영란법 등 각종 개혁과제, 미래세대의 짐을 덜어주는 공무원연금개혁의 성공적 마무리가 그 출발점이다. 마침 새해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이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성과를 가름할 집권 3년차 정점을 찍는 해다. 새해벽두부터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어지러운 개헌 논란, 선거구 개편문제로 정치권발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이런 개별사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구태의 상징처럼 된, 정치권 비효율의 청산이다. 모든 것을 정쟁으로 귀착시키는 정치권의 근시안적 국면장악 다툼이 국민을 맨앞자리에 놓는 상생과 협력, 대화와 타협의 구도로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화돼야 한다. 여야의 정국전략에 모든 정책과 민생이 볼모잡히는 그런 뺄셈의 정치는 새해에는 사라져야 한다. 정치의 쇄신을 맨 앞에 놓는 것은 그만큼 정치권발 물꼬트기가 선행해야할 묵은 과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발 쇄신의 메시지는 특히 저효율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노동과 금융, 교육과 주거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전 부문에 걸친 광범한 구조개혁의 추진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통한 성장동력의 재점화, 민생의 개선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 새해가 그 골든타임이다. 새해에 개혁작업과 경제활성화 동력확보에 미진할 경우 곧바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 정치권의 동력이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제대로 된 국정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기력이 떨어져가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울 골든타임을 타성에 젖은 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각성과 의지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만큼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은 모든 경제주체들의 비상한 각오와 극복의지를 요구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남의 일이 아니다. 저성장과 저물가가 고착화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일본의 전철을 뒤따르게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공공부문·노동시장·교육·금융시장 등의 구조개혁으 로 경제체질을 강화해 소비와 투자, 고용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게 관건이다. 특히 새해 눈길이 가는 부문은 노동시장이다. 연말 나온 노사정 합의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 큰 지도는 나와있다. 노사의 대타협과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전체적인 관점에서 해결하고 투자와 고용확대를 통해 내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구조적으로 정착시킨다는 방향이다. 뜯어보면 그 어느하나 쉽지않은 과제다. 특히 비정규직 해소문제는 곧바로 고용유연화 문제와 맞닿아 있어 노사 어느쪽도 양보하기 힘든 난제중의 난제다. 그러나 새해엔 반드시 이 큰 산을 넘어서야 한다. 노동시장 문제는 심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 계층간 갈등과도 정확히 맥이 닿아있어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가장 어려운 계층을 보듬어야하는 과제와 함께 사회전체의 정서적 압력수위를 낮추는데 핵심사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국간 회담을 제의해놓고 있는 남북관계도 새해엔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부문이다. 박 대통령이 던진 '통일대박론'이 '드레스덴 구상'으로 구체화되긴 했지만 꽉 막힌 남북관계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의 변화는 동북아에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확대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대외정책의 핵심토대에 해당한다. '3년 탈상'한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내외에 과시해야하는 북한으로서도 새해엔 대남정책 기조에 변화를 도모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그러나 작지만 신뢰의 기반을 차근차근 쌓아나가 큰 물꼬를 열자는 우리의 접근법과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에 집착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간 접점이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는게 근본적 문제다. 천안함 사건 해법을 비롯해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해빙의 단초가 그리 쉽게 열리지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여기서 비롯된다. 어렵게 실마리가 잡혔던 남북고위급 접촉이 막판쟁점으로 부상한 대북전단문제로 결국 무산된 것이나 유엔에서 제기된 북한인권 문제가 이리저리 불씨를 날리며 연말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는 상황은 북한문제의 불가예측성이라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어지고 있는 남북관계의 경색이 우리는 물론 김정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경제활로 모색에 필사적인 북한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해볼만하다. 분단 70년이 되는 새해 남북관계의 시금석은 우리 통일준비위원회의 전통문에 대한 북측의 답신여하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재무장으로 응축되어온 힘의 재편성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동북아 상황도 주시해야할 과제다. 핵심은 한일관계의 향배다. 종전 70주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새해 한일관계는 그리 낙관적이지않다. 주변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과 우경화 일변도 정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관건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직시를 촉구하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중의원 해산 및 조기총선 압승으로 3차내각을 출범시키며 대통령만큼이나 위상이 강력해진 아베 총리가 공세적 대외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베의 일본은 지지기반 강화를 위한 우파결집 효과를 노리는 교묘한 대내정책의 상승효과로 국제사회와는 동떨어진 우경화 행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보면 우리의 외교적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한중일 정상회담을 제의해놓고는 있으나 결국 동북아 지형변화를 향한 변수는 미국 등 외적 요인에서 파생할 공산이 적지않다.

새해는 청양(靑羊)의 해다.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푸른색과 복을 상징하는 양의 이미지가 결합돼 개인과 가정에 행운을 가져온다는 속설을 가진 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양처럼 국내외 환경이 순조로운 가운데 모든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행운은 기회만큼이나 거저 찾아오지 않는다. 자격을 갖춘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다. 새해 대한민국의 행운은 우리가 얼마나 절실하게 쇄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포용력있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바로 지금이 그 첫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