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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왜 '엄청' 잘생기지 않았는데도 잘나가나?...'B급' 마케팅 분석

가수 싸이
가수 싸이

가수 '싸이'가 3년 5개월 만에 7집 '칠집싸이다'를 발표했다. 이번 음반 역시 'B급'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대디'와 '나팔바지'는 곡 스타일은 서로 다르지만, 싸이 특유의 유머가 살아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코믹한 분장을 해 시청자를 경악하게 만들고, 촌스럽기 그지없는 나팔바지를 입고 나와, 장딴지만 살랑살랑(?) 흔드는 복고 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개그맨들이 웃기는 것과는 또 다른, 싸이만의 '구린데 뭔가 멋있는' 익살스러움이 살아있다.

'B급'이란 분류는 본래 '격이 떨어진다'는 의미의 멸칭(蔑稱)으로 쓰였으나, 독특한 테이스트로 팬층을 형성하며 현재는 '스타일'의 하나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B급 영화, 왠지 모르게 허술한 면이 드러나는 B급 게임, 일본 애니메이션 등의 컬트 문화가 'B급 문화'의 대표적인 예시로 거론되었으나, 지금은 메인스트림으로 분류되는 제품이나 콘텐츠가 B급 정서를 차용하기도 하고, 저예산 상품군도 A급의 높은 품질을 추구하게 돼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게 되었다.

그러나 싸이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 'B급' 정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에는 사람들이 감각적이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B급 코드가 인기를 끄는 것"이라며 "우아하고 멋있는 것이 아닌 엽기적인 것을 좋아하는 인터넷 흐름이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는데 그것이 대중문화에서 B급 코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도된 싼티와 촌티, 날티가 계몽과 권위를 벗어난 일탈을 제공해 사용자로 하여금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종전의 B급 문화들은 저예산과 실력 부족으로 인해 질의 하락이 불가피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의 B급 문화들은 '의도적으로' 고상함을 벗어던지고 일부러 싼티나게, 그러나 이를 세련되게 표현하여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B+문화'라고 따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B급 문화가 대중의 마음을 이끄는 이유는 그리 유쾌하지 못하다는 분석이 있다. 윤진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B급 문화는 사람들이 처음 접했을 때 민망함을 넘어 불쾌할 수도 있을 정도로 가장 원초적인 본성을 자극한다"며 "키치의 이러한 특성이 최근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아 최근 선호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B급 문화가 이처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자극을 원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현대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고상한 A급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여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키치적인, B급 문화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경제 상황이 어려워 지면서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B급 문화를 마케팅으로 가지고 와서 얻을 수 있는 효과로는 돌출성과 의외성, 향수 자극, 편안함, 재미를 꼽을 수 있다. 정형화된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B급 감성'이 튀어나왔을 때, 그 돌출성과 의외성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낀다. '촌스러움'이 키치의 한 특성인 만큼,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권위를 내려놓고 대중의 곁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B급 정서는 편안함을 준다. 키치가 엄숙한 기존 질서에 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평균적인 일상과 가깝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